40대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회사 근처의 골목길에는 오래된 봉고차 한 대가 서있다.
차창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차 안쪽에는 각 창마다 빽빽하게 글이 쓰인 종이가 마치 벽지처럼 붙어있다. 내용은 정치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인지라 글을 읽다가 말았다.
그 차는 적어도 한자리에 5년 이상 서있었다. 한번은 차 문이 열려있길래 슬쩍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낡은 옷가지와 먹다버린 음료수 병,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차안에 흩어져 있었고, 운전석에는 인상이 강해 보이시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서 무언가를 읽고 계셨다.
차를 길가에 5분만 세워두어도 불법주차 딱지를 붙이는 우리나라에서, 서울 한복판에 몇 년 동안 차를 세워두고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그보다 저 작고 갸냘픈 할머니가 도대체 왜 저렇게 힘들게 계신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녀가 주장하는 내용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강 어떤 당이 집권하면서 가족들의 재산을 빼앗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분 입장에서 보았을때 그렇게 느꼈을만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망상일수도 있다.
할머니는 작고 왜소했다. 어느날은 늦은 점심을 드시는지 단팥빵 봉지를 조심스레 뜯어 조금씩 뜯어먹고 계셨다. 그마저도 다 드시지 않고 봉지를 잘 접어 조끼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으시고는 운전석에서 기운차게 뛰어내리신다. 그리곤 크게 소리를 지르신다. 똑같은 이야기다.
햇빛을 가리는 모자 사이로 번뜩이는 눈은 조금 섬뜩했다. 그 눈을 보면서 추측했다. 저 분은 우리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종이에 써서 차에 잔뜩 둘러놓은)를 진심으로 믿고 계시구나. 그리고 그 믿음이 저 분을 추우나 더우나 이 곳에 나오게 만들었구나.
그분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믿는 바까지 우리가 뭐라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반감을 가진다. 그럴 수 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경계하는 뇌의 작동이지 않나 싶다. 그러나 요새는 그걸 조롱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것 같아 아쉽다. 저 할머니가 저런 생각을 가진 것이 단순한 망상일 수도 있지만, 팩트일 수도 있다. 그걸 떠나서 어쩌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세상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공중도덕의 관점에서는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신념까지 깔아뭉갤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오늘도 할머니는 소리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