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여름 Mar 18. 2024

고무나무의 생장점. 이곳에서 나는 얼마나 자랐을까?

생장점: 식물의 줄기나 뿌리 끝에 있으며 생장을 현저하게 하고 있는 부분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생장점: 새로운 잎을 만드는 부분

(출처: 위키백과)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식물을 아주 열심히 키우신다.


처음엔 하나, 둘 정도만 있던 화분들이 이젠 교장실엔 10개 남짓, 학교 복도에는 큰 화분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나 또한 식물을 좋아하는터라 그 친구들을 자주 들여다보며 먼지를 닦아주기도, 향이 나는 친구들은 향을 맡아보기도 하며 식물로 가득 찬 학교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꽃을 피우기도, 새 잎을 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기쁘고 기특한지 모른다.


그중 최근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학교 입구에 놓여있는 큰 고무나무.


줄기의 아래쪽은 어두운 초록색인데 위쪽은 밝은 연두색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위쪽의 밝은 줄기는 학교에 오고 나서 새롭게 자란 부분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던진 말, '이곳에 와서 저는 얼마나 자랐을까요?'

장난처럼 가볍게 웃으며 툭 던진 말이었지만 내 마음은 절대 가볍지 않고 진지했다.


학교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학생을 교육해 성장을 돕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일하는 이 학교는 교사까지 성장시키는 곳이다. (물론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많이도 배웠다.


처음에는 학부모님과의 통화도 두려워 벌벌 떨며 받던 내가 이제는 아주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간다.

엑셀 표 만드는 것도 서툴던 내가 이제는 신입 동료에게 수식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청소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만난 경험이 별로 없던 나는 이제 매일 백 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만나며 그들의 필요를 보고 채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트너십과 소통하는 법, 지시받은 업무에 대한 보고를 정확히 하는 법, 상사가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법, 학교를 원하는 방향으로 브랜딩 하는 법 등

이곳에 있는 동안 능숙해진 것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무슨 일을 하든 학생과 직원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 주시는 교장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 덕에 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업무를 지시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해 항상 잘했다고, 고맙다고 칭찬해 주신다.

저지른 큰 실수에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시고 감정을 빼고 사실확인을 명확히 하신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실수가 발생하지 않게 도움을 주시고, 그 일이 해결된 이후 그때의 잘못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이 전과 같이 날 대해주신다.


일하면서 매번 생각하는 것은 '나 또한 이러한 리더가 되어야겠다.'

'좋은 그림을 몇 년간 마음껏 봤으니 과감히 취해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오늘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이 학교는 생장점이다.

이곳에서 현저히 생장하고 있으며, 새로운 잎들을 무수히 만들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