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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Mar 18. 2024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그냥 놀고 싶어서가 아니고?

우리 학교는 중, 고등학교 대상 국제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입학할 때 대학생들처럼 전공을 선택한다.

그중 Esports Track이 있다.

Esports가 뭐냐고?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를 의미한다. (출처: 대중문화사전)

Esports를 하면서 학업을 함께 병행하는 학교는 우리 학교가 유일하기 때문에 제2의 페이커를 꿈꾸는 학생들, 그리고 게임에 빠진 자녀의 미래를 좀 더 건설적으로 그리길 원하는 학부모님들이 이곳을 많이 찾으신다.


프로게이머가 되길 꿈꾸는 그들의 진지함에 대해 의문을 던진 적이 종종 있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해서, 공부하기 싫어서, 놀고 싶어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니, 타인의 진지함에 의문을 품었던 나의 무례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꿈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을 확인할 수 있다.


티어(게임 레벨)를 올리기 위해 일주일에 게임을 100판 가까이한다.

게임이니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단순히 오락거리로 게임을 몇 판 하는 것과 승급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그때부터는 게임이 아니라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쉬고 싶을 때에는 본인이 주력하는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을 한다고 한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 입시를 함께 준비하고 있기에 영어공부와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교과목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한다.


내가 가장 놀랐던 순간은 바로 새로운 환경에서 게임을 배우게 된 학생들을 따라갔을 때였다.


본인들의 장비를 챙겨 와서 잘 되는지 확인하는 모습.

모니터의 밝기와 음향과 의자의 높낮이와 팔걸이의 위치까지 섬세하게 확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와 얘네들 진짜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sports를 향한 아이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한 분야에 이렇게 열정을 품고 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작년 8월, 대학원 졸업 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담사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치열하게 살았다.


사람 살리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평일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대학원 과제와 시험 준비, 상담 수련을 하면서 그렇게 주 7일을 꽉꽉 채워 살았다.

주말 없이 3년을 보내며 열정을 가득 불태웠다.


너무 힘을 써서 지친 걸까?

상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걸까?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지만 그 길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는 지금 이 순간이 초조한 걸까?


게임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보며 꿈이 있다는 것이 부러워졌다.


상담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에게 게임이 나에게는 무엇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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