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다이어트 방법을 찾은 것 같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항상 다이어트 중이다. (저만 그런 건 아니죠..?) 특히 재작년에 불어난 몸무게가 다시 줄어들지 않아 그 후로 항상 다이어트 중이지만 뭔가 딱히 하는 건 없으므로 입으로만 하는 다이어트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 1kg이 늘었다. 잠깐 늘었다 다음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인 내 것이 되었다. 늘어난 숫자를 보고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 더해진 이 무게의 정체는 사실 최근에 잔병치레로 이리저리 병원에 다니는 나에게 몸보신을 시켜준다며 직장 동료가 사 준 맛있는 저녁 식사 덕분에 얻은 것이었다. 나이로는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아 동료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나보다 한참 더 경력이 많으니 선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녀는 휴일 저녁에 남편과 아이를 집에 두고 밥을 사준다고 나를 불러냈다. 직장에서도 항상 잘 챙겨주던 그녀였는데, 내가 특별히 뭔가 잘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마음 써준 것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만나자마자 맛집 두세 개를 말하며 나에게 고르라고 했다. 우리는 고민 끝에 닭의 특수부위 구이를 파는 맛집에 가보기로 했다. 여자 둘이서 3인분을 먹고, 볶음밥도 맛있어 보인다며 2인분씩만 파는 볶음밥도 시켜 먹었다. 내가 약을 복용 중이라 아쉽게도 함께 맥주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자유로운 어른들만의 식사를 할 수 있었던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식사 후 마음만 풍요로워졌다면 좋았겠지만 몸도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에게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그녀의 선물이라 생각하니 그리 실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난 몸무게는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위로이자 응원과 격려처럼 느껴졌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약 2년 간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무언가는 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며 나의 몸무게를 아침마다 확인한다. 얼마간 체중계에 오를 때마다 나에게 찾아온 든든함을 확인하면 그날의 저녁식사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그녀가 떠올라 기분이 좋았다. 그대로인 숫자에 실망 대신에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그런데 1kg이 빠졌다. 체중계에 올라가 내 눈이 잠시 번쩍 뜨였다. 거울이 없어 내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잠시 기분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를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그 몸무게가 빠진 이유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날 시댁 일가친척과 함께한 식사모임에 다녀왔다. 그 모임에 가서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한 것은 아니었다. 시골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여서 음식도 설거지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서 한 일은 접시 몇 개 나르고,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챙긴 것이 다였다. 그렇게 몇 시간 있다가 온 것뿐인데 참 신기한 일이다. 진정 이것만이 나를 위한 확실한 다이어트 방법인 것인가? 요런 행사에 네다섯 번 참석하면 원하는 몸무게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그런 행사가 여러 번 생기는 것을 바랄 수는... 그다음 말은 ‘쩜쩜쩜’으로 대신하겠다.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며칠이 지나도 1kg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영 빠진 거 같다. 다행이긴 한데 왠지 섭섭하다. 내 몸에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그 든든함 대신 글이라도 써서 그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그 따뜻함을 다시 찾아볼 수 있게 남겨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