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 들어가서 당근마켓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습니다. 5,000원, 10,000원짜리 소품은 물론 수만원대의 제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립니다. 당근마켓이라는 네이밍의 어원이 궁금했습니다.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중고거래, 동네업체, 알바, 부동산직거래, 중고차직거래 등이 나옵니다. 정말로 당근 10개를 사고파는 구멍가게가 아니었습니다.
30대 딸아이가 가끔 당근거래를 합니다. 주로 깔끔하게 보존된 책을 올려서 3,000원, 5,000원에 판매를 합니다. 수원시청역에서 만나기도 하고 효원고 인근에서 당근거래를 한다며 저녁시간에 잠시 나갔다 돌아오곤 합니다. 그러다가 멀리나가있는 상황에서 당근거래가 성사되었다면서 집에있는 책 5권을 효원고 앞으로 저녁7시까지 들고나가서 당근거래를 대행해 달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얼결에 일러준대로 책 5권을 봉투에 담아들고 학교 앞으로 나갔습니다. 분단위로 진행상황이 전해집니다. 그레이색의 00노1234번 차량을 타고 온답니다. 오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그냥 당근거래를 하는 분입니다. 10분정도를 서성대고 있습니다. 저만치에 차가한대 정차하므로 다가갔으니 아닙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지나가는 모든 차량의 번호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후에 경차한대가 학교앞으로 들어옵니다. 차번호 1234가 맞습니다.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하는 분은 3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이 책을 아이들용으로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구매이유를 물어볼 상황도 아니고 그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약속한 1만원권을 손에들고 물건을 받습니다. 얼결에 인사를 하고 책을 건네고 10,000원짜리 한장을 받아들고 '수고하세요'인사하고 돌아섰습니다. 당근거래는 마치 스파이 영화의 한장면입니다.
어려서 본 반공방첩영화에서 지령지를 적은 종이를 창밖으로 던지면 이를 주워서 구두를 닦는척하고 주변을 살핀 후에 그 종이를 돌틈에 끼워넣습니다. 이어서 다음 스파이가 그 돌틈의 종이를 꺼내어 다시 저만치에서 다가서는 스파이 2의 주머니에 넣어줍니다. 스파이 2는 골목을 벗어나서 인적이 드문곳에서 그 지령지를 확인합니다.
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당근거래의 기초입니다. 차번호를 알려주고 도착예정시간을 스마트폰 SNS로 주고받으면서 당근거래는 진행됩니다. 얼결에 받아든 10,000원권 지폐를 들고 제과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찹쌀모치 5개를 샀습니다. 3,200원이 남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랫만에 10,000원짜리 지전을 받아보았고 제과점에서는 거스름돈으로 1천원권 3장, 100원 동전 2개를 받았습니다. 소액이든 큰 금액이든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시대에 지폐와 동전을 만지고 주고 받는 일은 추억을 소환하는 흥미로운 일입니다.
당근마켓, 당근거래라는 것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딸아이의 지령에 따라 현장에 나가서 직접 물건을 주고 현금을 받아보니 조금 이색적인 실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하게는 모르고 그 규모가 얼마만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당근이 그냥 홍당무 당근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다이소가 전국규모의 대기업군에 들어선 것처럼, 당근마켓은 그냥 당근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상거래의 현장인듯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책 한두권을 전철역이나 학교앞에서 교환하는 것으로 당근마켓을 이해하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파악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산업, 유통의 공룡인듯 여겨집니다. 이제부터 당근마켓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