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도시는 저의 미국 고향 애틀랜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남부를 생각하면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제에게 미국 남부의 꽃은 언제나 애틀랜타랍니다. 애틀랜타가 아주 특별한 도시인 이유는 남부에서 가장 인종적으로 다양한 도시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미국 내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이 다수의 지위를 차지하는 도시 중 가장 성공한 곳이기도 합니다. 남부는 미국 남북전쟁 전까지 만해도 노예제를 찬성한 곳이기 때문에 애틀랜타의 성공은 더욱 특별하기만 한데요. 링컨이 이끌던 북부 진영 군사들에 의해 도시 전체가 파괴되기도 했던, 하지만 불사조처럼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선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가보시죠.
뱅크 오브 아메리카 플라자 | Bank of America Plaza
위치: 600 W Peachtree St NW, Atlanta, GA 30308
특징: 애틀랜타를 상징하는 건물
오늘 여정은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시작해 볼건데요.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면 애틀랜타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빌딩(Bank of America)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주황색 빛을 띠며 영롱하게 빛나는 보아(BoA) 빌딩을 보며 유학을 꿈꾸었던 시간이 엊그제만 같은데요.
더 바시티 | The Varsity
위치: 61 North Avenue NW, Atlanta, GA 30308
특징: 100년 역사의 애틀랜타 핫도그 체인
보아 빌딩 바로 앞에는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패스트푸드점 the Varisty가 있는데요. 무려 1928년에 문을 연 이곳은 한 세기 동안 아틀랜타인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즉석으로 서빙되는 음식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마치 미국 60-70년대 다이너를 연상시키는 내부. 내부에는 the Varisty라는 로고와 함께 코카콜라 로고가 이리저리 붙어있습니다. 네, 아틀랜타는 1892년 전설의 기업 코카콜라가 창업한 도시이기도 한데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칠리 도그. 오랜시간 애틀랜타 서민들의 한 끼를 담당해 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애틀랜타가 위치한 조지아주는 노예제를 찬성한 남부주로서 흑인 및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역사적으로 심한 곳입니다. 인종분리(segregation) 정책으로 백인과 흑인은 공공버스에서도 다른 칸을 써야 했고 사는 지역도 구분되었는데요. 남북전쟁이 끝나고 북부가 승리하자 당시 노예였던 흑인들은 해방되었고 그중 상당수가 애틀랜타로 모여들었습니다. 애틀랜타에는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즉 흑인 명문 대학교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교육권을 얻은 흑인들은 도시에서 질 좋은 수업을 받게 되었고 이는 애틀랜타가 흑인 메카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의 출생지이기도 한데요. 1929년에 태어난 그는 애틀랜타를 흑인 인권 운동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마틴 루터 킹의 꿈은 미국 내의 인종 간 평등을 이루는데 애틀랜타가 그 중심에 서는 것이었고, 그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메리 맥스 티 룸 | Mary Mac's Tea Room
위치: 224 Ponce De Leon Ave NE, Atlanta, GA 30308
특징: 100년 전통의 애틀랜타 서던 푸드 전문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왔던 흑인들은 오래 보관하기 위해 음식을 튀기던 서아프리카 음식문화를 함께 가져왔는데요. 과거 미국 내 흑인들의 가난한 재정상태 때문에 낮은 질의 음식을 튀겼던 것 역시 미남부 딥프라이(deep-fry) 음식 문화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프라이드치킨은 남부 흑인들이 가장 많이 즐겼던 음식입니다. 미군 부대에서 남은 음식을 모아 만들었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와 같이, 백인들이 먹고 남은 치킨을 다시 먹기 위해 튀기던 것이 유래가 되었는데요.
Mary Mac's Tea Room는 애틀랜타식 크리스피 한 프라이드치킨으로 유명한 식당이니 애틀랜타 여행을 하실 때 꼭 방문해 보시길 바라요. 세계 대전도 이겨낸 100년이 넘는 전통의 서던 푸드 레스토랑입니다.
더 플라잉 비스킷 | The Flying Biscuit
위치: 1001 Piedmont Ave NE, Atlanta, GA 30309
특징: 서던 푸드 브런치 전문점
서던 푸드(Southern Food)가 뭐냐구요? 미국 남부 음식을 뜻하는 말로 과자 오레오도 튀기는 딥프라이 방식과 바비큐 등에 수많은 향신료를 첨가해 당분과 열량이 높은 남부 음식을 뜻해요.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개해드린 프라이드치킨과 그릿츠(Grits, 옥수수와 우유, 버터를 혼합해 만든 죽), 콘브레드(Corn Bread, 옥수수빵) 등이 있습니다.
서배너 | Savannah
위치: Georgia, 31328 (애틀랜타에서 차로 3시간 반)
특징: 조지아 식 남부 영국 마을
조지아주에는 애틀랜타 말고 또 다른 유명한 도시가 있는데요. 바로 서배너입니다. 애틀랜타에서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미국 내 최초의 영국 마을 중 하난데요. 조지아 주가 미국 내 최초 영국 식민지 주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채무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국인들을 영국 본토에서 데려와 땅을 주고 노동을 하게 한 곳인데요. 따라서 조지아 주에는 영국 식민지 시대 콜로니얼(Colonial) 문화와 생활양식이 짙게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황실의 직접 지배를 받기도 했으니까요.
서배너 역사 지구 | Savannah Historic District
위치: 301 Martin Luther King Jr Blvd, Savannah, GA 31401
특징: 아이코닉한 돌길,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구
조지아주의 유럽계 미국인(백인) 중 영국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데요. 미국이 영어를 쓰고 과거 영국 식민지 었기에 미국 내 백인은 대부분 영국계열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백인 중 영국계가 다수인 미국 도시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민자 자격으로 건너온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계가 많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인구분포율을 보이는데요.
서배너는 특히나 영국 문화가 아주 잘 보존된 곳이랍니다. 아이코닉한 영국식 돌길이 깔린 서배너의 히스토릭 디스트릭트는 18-19세기 영국 마을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레이아웃과 건축양식을 갖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기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폰즈 시티 마켓 | Ponce City Market
위치: 675 Ponce De Leon Ave NE, Atlanta, GA 30308
특징: 90년대 공장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힙한 몰
애틀랜타의 흑인, 백인 모두 알아봤으니 이젠 동양인을 알아보러 폰즈 시티 마켓으로 자리를 옮겨봅시다. 폰즈 시티 마켓은 90년대 애틀랜타 산업 붐 당시 공장 및 창고로 쓰였다가 산업이 다 빠져나가자 대형 몰로 개조한 곳인데요.
특유의 인더스트리얼한 감성과 젊은 층을 겨냥한 친환경 브랜드의 대거 입점으로 아주 힙한 공간이 되었답니다.
폰즈 시티 마켓 1층에는 다양한 다문화 먹거리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최근에는 우산 바라는 아주 큰 한국식 주점도 생겼답니다. 제가 애틀랜타에 거주할 2017년까지 만해도 없었는데 말이죠. 아마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애틀랜타를 주도하는 아시아계는 바로 한국계입니다. 애틀랜타에서는 한국어가 영어, 스페인어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됐을 만큼 한국계의 존재가 두드러집니다. 애틀랜타 내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채택하게 되었으며, 초중고등학교에서 이중 언어 교육(Dual Language Immersion)의 일환으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계 인구의 급증인데요. 애틀랜타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둘루스(Duluth), 스와니(Suwanee)는 거대 한인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한국계의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벨트 라인 | Belt Line
위치: 619 Edgewood Ave SE, Atlanta, GA 30312
특징: 폰즈 시티 마켓에서 시작해 미드타운으로 연결되는 옛 철도길
인종차별이 있는 남부 조지아주에 왜 한국계가 모이게 됐는지 그 이유는 주민들도 잘 모릅니다. '1996년에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한국인들이 메달을 많이 따고 귀화를 했다'라는 '~카더라'식 이론들만 많은 상황인데요. 가장 유력한 설은 흑인도, 백인도 절대다수가 아닌 애틀랜타의 다문화적 특성상 한국계가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는 설입니다. 아니면 한 군데 좌표를 찍고 그곳으로 다 모이는 한국계의 집단주의 특성이 우연히 애틀랜타에 꽂힌 것일지도 모르겠지요.
어찌됬건 간 애틀랜타 내의 압도적인 한인 숫자는 도시 내 한인 비즈니스를 발전시켰고, 최근에는 한국 정부에서 관세를 피하기 위한 미국 직접 투자의 목적지로 조지아 주를 택하며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현대, 한화, SK 등이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 있는 주이고, 기아의 경우 초대형 공장까지 지으며 조지아 주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애틀랜타는 비즈니스, 문화적 측면에서 친한파적 성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 남부에서 한국 문화가 가장 깊이 스며든 곳이기도 해요. 애틀랜타의 H-Mart(한인 마트)에서 한인 아주머니가 한국어로 뒷담화하는 것을 듣고 한국어로 반격(?)하는 흑인 소녀를 본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흑인 소녀: (씩씩거리며) 아줌마! 저 한국어 할 줄 알거든요!?!?!
아주머니: (당황)... 어쩌라고!!!!
거버너스 맨션 | Governor's Mansion
위치: 391 W Paces Ferry Rd NW, Atlanta, GA 30305
특징: 영화 헝거게임 촬영지
이렇게 한인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어준 도시 애틀랜타는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꿈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LA 할리우드의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자 영화 제작자들은 이를 대체할 곳을 찾았고 그렇게 선택된 애틀랜타는 제2의 할리우드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워킹데드, 헝거게임 등이 애틀랜타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피드몬드 공원 | Piedmont Park
위치: Atlanta, GA 30309
특징: 애틀랜타의 센트럴 파크
오늘 여행의 종착지는 제가 애틀랜타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미드타운에 위치한 피드몬드 공원은 애틀랜타 도심에 위치한 큰 공원인데요. 개인적으로 뉴욕의 센트럴파크 보다 훨씬 예쁘고 아기자기하다고 생각해요. 이 광활한 녹지에서 조용히 명상을 할 때의 그 느낌이란...!
피드몬드 공원은 또한 애틀랜타 스카이라인을 찍기 가장 좋은 곳이에요. 호수와 푸른 나무 뒤에 펼쳐진 아름다운 애틀랜타. 이제 저 멀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빌딩이 보이시나요?
노예제를 이겨낸 마틴 루터킹의 흑인 메카, 영국의 최초 식민지, 그리고 한인들의 기회의 땅이 되었던 이곳, 남부의 꽃 애틀랜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