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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Aug 27. 2023

전교 1등의 놀이터

어떻게 공부를 즐기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의 삶.

주인과 한 마음이 되어 촉감으로 전해오는 채찍질을 느껴야 하는 말은 경기장에 진입하면 달려야만 한다. 아마도 내가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 아닌가 다. 그리고 부모라는 입장에 선 나는 또 내 아이에게 이게 삶이니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채찍질했을 것이다. 아이는 다행히 날 평가하질 않았다. 영어에 관해서는 잘 즐겨줬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해야만 했기에 숨 쉬듯 영어 책. 영상 등을 들이밀었다. 초등 5학년이 되니 아이는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가 됐다.


데미안 그 책에 나왔듯이 싱클레어가 데미안에 자극받듯 우리 아이는 다른 성의 같은 반 전학 온 친구에게 자극받았다. "엄마, 걔는 왜 의사가 되고 싶어 해? 의사가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수학 공부한데." 그 친구는 이걸 봐 저걸 봐. 하더니 영어 사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전에 사놓은 해먹은 영어사전을 외우기 좋은 안락처가 되었다. 난민생활처럼 먹고자기를 2년여를 했다. 해먹에 앉아 영어 사전을 외우고 노래하고 먹고 자고 했던 것이다. 새벽까지 내려오지 않다 보면 저곳에서 잠을 잤다. 해먹 주변은 늘 쓰레기 장이 되었다.


어떤 영어 학원은 영문작을 외우게 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30여 년 전 그렇게 해서 내가 작문을 할 수 있었나. 전혀 아니다. 오로지 영어가 일상이 된 사람의 지도에서 시간을 함께해야 성취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스스로 읽고 듣는 즐거움이 있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고자 하는 시간을 갖는 훈련만이 글을 쓰게 한다. 다행히 아이는 나름대로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중학교 2학년 첫 중간시험에 5과목 500점을 맞더니 학년 1등을 했다.

그날 남편은

"오. 이제 꼴등 해봐."라는 붕 뜨는 말을 했다. 그 후 아이는 3개월을 헤매더니 4등을 했다. 그리고 올해 중3 중간고사까지는 전교 5등이다.


어떤 부류에서 1등은 의미 있는 경험이다 생각한다. 아이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으로 진입했다.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해나갈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남편은 이미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고 작년즈음 독백을 했다. 나는 과연 내 꿈을 이루었나? 난 아직 아니었다. 난 직업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공부와 일을 반복하면서 지나온 반백년이 허무하게 느껴지면서 한 달여간 정신없이 상담을 하며 다녔다. 삶의 허무와 무료함 우울증이 동시에 몰려왔다. 물론 자극제는 남편이었다. 이제 그 놀이도 그만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밀려오면서 도대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깊게 생각하게 됐다. 나는 앞으로 어딜 향해 갈 것인가. 나의 노년을 기획할 수 있는가. 기획되어 버리는 가. 이제는 선택하며 가꾸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남편은 결혼을 한 후 3년 만에 빠르게 승진했다. 아이는 첫 시험에 전교 1등을 했다. 난 그 토양을 가꾸는데만 온 힘을 다 써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깊은 한숨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뭔지 계속 탐색 중이다. 어디까지 가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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