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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야 Jun 15. 2023

[바쁘지만 책추천은 하고 싶어] 5월의 책


바쁘지만 책 추천은 하고 싶어 5월의 책 List

1. 루스 오제키, 『우주를 듣는 소년』
2. 메리 도리아 러셀, 『스패로』
3. 스티븐 킹, 『부적』
4. 미하일 쿠즈민, 『날개』
5. 윤미희, 『보존과학자』
6. 제임스 팰런,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소설]


1. 루스 오제키, 『우주를 듣는 소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만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 베니와 그의 삶을 서술하는 책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이다. 독특한 실험적 진행으로 인해 이 책은 읽는 행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자 이야기 안에서 베니의 인생을 전달하는 화자로서 메타적인 위치에 놓인다. 소설의 내용은 문예창작학 교수이자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선불교 승려이기도 한 작가의 이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 무거운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문체와 다양한 문화를 포함하는 가정에 태어난 베니의 인물 설정, 선불교 승려가 쓴 책에 의지하는 베니의 어머니 애너벨의 모습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의 소리를 듣게 된 환상적인 소년 베니와 그를 정신질환자로 규정하려 드는 세상을 통해 작가는 성과 젠더, 노동과 여성, 이민자와 인종의 논의를 유쾌하지만 날카롭게 파고든다.


따지고 보면 책의 존재 이유도 그거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표지와 표지 사이에 최대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간직하는 것. -55쪽




[소설]


2. 메리 도리아 러셀, 『스패로』


: 언어학자인 예수회 신부 에밀리오 산도즈를 포함한 종교 과학자들이 외계의 행성 라카트에 탐사를 떠나는 독특한 조합의 과학소설이다. 산도즈는 행성 탐사대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왔지만, 거의 죽기 직전의 끔찍한 모습인 데다 동료를 살해한 상태로 발견된다. 타 언어를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을 인정 받아 탐사대에 포함되었던 그가 라카트에서 겪은 미스터리한 일이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은 신비롭다. 그는 왜 그렇게 망가져야만 했을까. 라카트로 그들이 떠난  2010년대 중후반과 그 후 지구로 복귀한 산도즈가 2060년에 하는 증언은 약 50년의 차이를 뛰어넘어 교차한다. 차라리 추리에 가까운 이 소설은 종교와 과학, 언어와 외계, 인간과 비인간을 혼합한다. 이 모든 것의 경계에 서서 독자는 산도즈가 겪은 단 하나의 진실을 목격한다. 그것이 밝혀지는 건 결말의 단 몇 페이지에서지만, 600여쪽에 달하는 앞의 분량은 충격적인 결말을 뒷받침하기에 손색이 없다.


"예수회의 과학자들은 전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기 위해 라카트로 향했다. 탐사를 통해 하느님의 또 다른 자녀들에 대해 알고 또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 그들에게 악의는 전혀 없었다. -10쪽




[소설]


3. 스티븐 킹, 『부적』(전 2권)


: 영미 공포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과 피터 스트라우브의 합작. 현실의 미국과 가상의 세계 '테러토리'를 넘나드는 소년 잭 소여의 여정을 그린다. 각 개인은 두 세계에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서로 영향을 준다는 참신한 발상에 주목해 어머니와 친구, 세계를 구하려는 당찬 소년의 여행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환상 세계의 존재를 귀띔하는 기묘한 노인, 잭을 위협하는 악당의 충격적인 정체, 늑대인간과 사이비 종교까지 쉴 새 없이 흥미를 더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몸을 맡겨 먼 길을 떠나는 소년의 이름이 잭 '소여'임을 기억하자. 이 소년에게 여행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 모르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잭?"
"나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해야 이 고통이 끝나는지는 알아."
-2권 497쪽




[소설]


4. 미하일 쿠즈민, 『날개』


: '퀴어'와 '러시아 문학'이라는 낯섦의 결합이야말로 가장 신선하지 않을까. 무려 1872년에 태어난 작가의 소설이다. 미하일 쿠즈민의 첫 국내 번역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완독 후 며칠간 진한 여운으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삼촌의 집에서 살게 된 주인공 바냐가 기묘한 인물 라리온 시트루프를 만난다. 이 소설 전체는 '낯섦'이라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것을 꿰뚫으며 미하일 쿠즈민의 소설을 이해하고자 떠나는 여정은 예상 외로 어렵지 않다. 독자는 힘들이지 않고 소년 바냐의 섬세한 감정선을 이해한다.  시트루프를 향한 사랑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마치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그 문장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를 떠올리게 하는 수려한 문장이 책을 덮고도 눈에 밟힌다.


"사람들은 모든 아름다움과 사랑이 신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유롭고 용감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날개가 돋아났습니다." -293쪽




[희곡]


5. 윤미희, 『보존과학자』


: 국립극단에서 실시한 2022 [창작공감 : 작가] 프로젝트로 개발된 연극 《보존과학자》의 희곡. 인간과 생명을 포함한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가는 지금, 단 하나의 유물에 온 마음을 집중하는 미래의 보존과학자가 있다. 그가 복원하려는 천 년 전의 텔레비전은 예술품이기 이전에 한 가정에서 사용되던 물건이었다. 보통보다 조금 더 힘든 사람들이 간신히 버텨가는 가족, 그들이 사는 '집'의 문은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나누는 것처럼 무대의 중앙에 설치된다. 이 문은 집의 안과 밖, 과거와 미래, 세계와 세계를 구분한다. 미래 즉, 연극 속 현재와 텔레비전의 과거사가 교차됨으로써 물질로서 해체될 수밖에 없던 '그것'이 어찌하여 예술작품이 되는지가 밝혀진다. 우리가 진짜 남겨야 하는 것은, 보존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이야기'가 아닐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이 참 착실하게도 제 눈앞에 와 있네요. 우린 곧 사라지겠죠. 이야기는 이렇게 완성됩니다. 누군가는 기억해 주기를요." -120쪽




[인문/사회]


6. 제임스 팰런,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2022년 연말 방영된 TV 예능 '알쓸인잡'에서 소개됨으로써 최근 더욱 주목을 받는 책. 평생 뇌를 연구한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이 대조군으로 사용하던 가족의 뇌 사진 중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것을 발견한다. 그것이 자신의 것임을 확인한 그가 자신이 왜 범죄자가 되지 않았는지 연구한 뒤 내놓은 자전적 이야기. 유전적인 폭력성을 타고난 그가 어떻게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로 자라날 수 있었는지, 사랑과 애정, 사람이 자라는 환경이 인간에게 어떻게까지 극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실례로 설명한다. 유전자만이 인간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한 의학 연구자의 계보부터 그의 성장 과정까지를 주목하며, 몰입감 있는 동시에 큰 사회적 울림과 통찰을 주는 책.


"지금까지 책을 읽었다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하지만 훨씬 더 나쁜 모습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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