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본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습관이 생긴 이유는 불필요하게 회의시간이 길어지거나 소모적인 논의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부터이다.
특히, 회사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에서 흔히 겪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회의목적 : 기존 자재 업체들의 조달 이슈로 공급구조를 다각화 구상
마케팅 : 원가 상승이 발생하면 제품 이익률이 떨어져요.
구매팀 : 신규 업체를 개발하려면, 계약 절차가 까다로워요.
연구개발 : A 업체와 B 업체는 성능적으로 달라져요.
생산팀 : 자재 업체가 변경되면 생산성 점검이 필요해요.
물류팀 : 기존 자재 재고가 많이 쌓여있어요.
보통 유관부서가 이런 식으로 회의에 참여하게 된다면,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똑같은 회의를 계속해서 반복할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자재의 공급 안정화였지만, 실제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은 자재 공급구조가 바뀌었을 때 각자 우려되는 사항들을 얘기하다 끝난다.
이런 식의 논쟁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고, 계속해서 해결은 지연되다가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다.
반대로, 아래와 같이 접근해 보면 문제가 조금 더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위 문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기존 공급업체 조달 이슈의 위험 관리와 대응법’이다.
공통 : 조달 이슈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인지? 그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에 대한 확인
-> 기존 공급업체에만 의존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클 경우에는, 대체 공급 구조 구상을 위한 각 부서의 필요사항 점검
마케팅 : 자재 변경으로 발생하는 원가 상승률 점검 후 마진율 유지를 위해 필요한 활동 들 확인
구매팀 : 신규업체 개발 시 필요한 행적적인 절차와 계약 시 기존 공급 단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공급처와 협상하기 위한 사항 점검
연구개발 : 변경 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성능 변화 사전 확인 및 성능 저하 발생 시 개선 가능 여부 사전 파악
생산팀 : 생산성 점검을 위해 필요한 자재 샘플 수량
물류팀 : 기존 자재 재고 회전일 수 파악과 변경 시 기존 자재 우선 소진을 위한 내용 공유
관성이라는 물리학 법칙은 사람들도 갖고 있는 성질이다.
일이 더 생기거나 새로운 일을 해야 하거나 내가 잘 모르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면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담당자들은 표면적으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변화가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표현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문제해결하고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 문제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극단적으로는 위 문제의 결론이 ‘기존 제품 단종’으로 이어지고 회사 이윤 창출에 많은 기회를 상실해 버리곤 한다.
어떻게 조직원들이 본질에 집중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조직이 작은 경우에는 대표가 조직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 점점 커질수록 대표의 실무 관리 비중은 점점 낮아진다.
그러기에 대규모의 조직일수록 조직 내 문화가 중요해진다.
그런 문화는 조직 내에 본질에 집중하는 핵심 멤버들이 구성되어 있어야 만들어진다.
핵심멤버는 진정성 있게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 이어야 한다.
개인의 보상과 승진을 위해 겉으로만 본질에 집중하는 척하는 사람이서도 안되고,
역량은 출중하지만 회사의 본질적 비전과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어서도 안된다.
안된다는 말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먼저 고민해 보는 사람,
개인의 승진과 보상과 같은 외적 동기보다 회사에서 사명감과 내적 동기를 갖고 일하는 사람,
언젠간 내가 사장이 되어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을 때,
어쩌면 이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런 인재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핵심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