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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Dec 11. 2024

마법 같은 인생, 삶은 경이롭습니다

매트 헤이그의 ≪라이프 임파서블≫을 읽고, 책 서평 



“내가 우울한 기분으로 살았던 이유는 그것이 세상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 논리였다. 세상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면 적어도 죽은 남편과 죽은 아들에 대한 도리. 난 그냥 행복해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p.339)


세상에는 맞닥뜨린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트 헤이그의 신작 ≪라이프 임파서블≫에 나오는 주인공 그레이스도 그런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일찍이 아들과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72세의 그레이스는 자신을 “우주에서 가장 지루한 삶을 사는 할머니”라고 소개하는데요. 그녀는 아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남편을 속였다는 죄책감으로 삶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오래전 직장 동료였던 크리스티나가 자신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인데요. 그레이스는 호기심에 이끌려 집이 있는 스페인의 이비사섬으로 떠납니다. 논리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은퇴한 수학교사인 그녀는 그곳에서 실로 판타스틱하고 놀라운 일을 겪게 됩니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그레이스의 삶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 마법 같은 일들은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는데요.         


2020년 출간한 장편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전 세계 100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매트 헤이그는 이 작품 이후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글쓰기를 중단했습니다. 문득, 20년 전에 갔던 스페인에 위치한 세계적인 휴양지 이비사 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섬이 지닌 마법 같은 분위기에 심취되어 이비사에서 지내며 해초를 조사하게 되는데요. 이때 생긴 아이디어가 모티브가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 결과 탄생한 책이 492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 ≪라이프 임파서블≫입니다. 


매트 헤이그는 “강렬한 존재감과 위대한 재능을 가진 소설가”로 평가받는 작가로, 기발한 상상력에 유머와 위트를 더한 그의 작품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재미와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데요.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자랑스러운 이야기”라고 자부하는 이번 작품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가끔은 마법처럼 보이는 일이 그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삶의 일부분일 때가 있다”(p.12)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상력이 만난 마법 같은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보다 흥미롭고 좀 더 따뜻한 삶을 살게 된다는 통찰을 안겨줄 것입니다.   




“6월의 이비사에서의 행복은 대수방정식처럼 흔했지만 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 그런 내가 아직 존재하긴 할까?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p.112)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저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에서 “자기 방을 떠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요. 그의 말처럼 그레이스는 아들의 죽음과 남편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으로 집안에 박혀 우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았습니다.  


“슬픔과 죄책감과 인생이 날 지져버렸고, 이제 난 뭘 해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p.140)라고 외치던 그레이스. 그녀가 마주한 이비사는 모든 곳이 아름다웠고 그곳의 6월은 즐거울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그녀는 예전의 행복한 삶을 살았던 자신이 그리워졌습니다. 마침내 그레이스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신념 체계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내게 무한 그 너머에 해당했다. 내 나이가 되면 더는 배울 게 없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p.193)


그레이스는 크리스티나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치기 위해 단서가 있는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겪은 이질적이고 초자연적인 일로 인해,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비록 은퇴했지만, 논리적 사고로 인생을 살아온 수학교사였던 그레이스는 “자신 안에 지진이 일어난 것과 다름없었다.”(p.193)라고 심경을 밝힙니다.    


작가는 “이 능력은 특별한 게 아니라 예지력, 텔레파시처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소원이 강력하다면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삶을 음미하는 능력”(p.241)이라고 주장합니다. 스스로를 무감각하고 불행한 할머니라고 여기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타인을 돕는 일에 자신을 아끼지 않는 그레이스였기에 가능한 능력이 아닐까 하는데요. 


“스페인어에 ‘두엔테(duende)’라는 단어가 있어요. 삶의 숭고한 본질, 그 비극과 아름다움에 진정으로 공감할 때의 느낌을 묘사한 거예요.”(p.281)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을 통해, 그레이스는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게 되는데요. 삶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의 연속인데요. 이렇듯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삶의 숭고한 본질, 두엔테를 찾아 나아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과 절망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데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위로를 넘어 삶의 본질과 불가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에 관해 고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될 텐데요.  


영화 ≪셜록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책을 “삶을 긍정하는 경이로움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하는데요. “새로운 세상에 가고 싶다면 우주선은 필요 없다. 마음만 바꿔 먹으면 된다.”(p.210) 이 말만 기억하면 경이롭고 아름다운 삶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섬. 깊이 파보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그레이스는 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이 아니다. 섬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하나의 생명체라는 뜻이다. 삶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삶이다. 똑같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 우린 서로가 필요하다. 우린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삶의 요점은 생명이다. 모든 것이 생명이다. 우린 서로를 돌봐야 한다.”(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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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o [라이프 임파서블, 브런치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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