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경 유행했던 ‘하의 실종 룩’이 좀 더 대담하게 돌아왔다. 긴 상의에 짧은 하의를 매치하는 것이 아니라, 언더웨어 같은 하의를 과감하게 드러낸 ‘팬츠리스 룩’이 유행이다.
팬츠리스 룩은 1950년대 댄스복으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댄서들은 우아한 실루엣을 위해 타이즈 위에 레오타드를 입었고, 상의에는 셔츠나 스웨터를 레이어드했다. 배우이자 패션 모델로 활동한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이 팬츠리스 룩의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파리에서 열린 2023 F/W 컬렉션은 이 과감한 스타일을 런웨이에 소환했다. 생 로랑·미우미우·돌체앤가바나·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은 하의 없이 언더웨어와 시스루 스타킹을 레이어드하는 방식으로 브리프를 드러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내가 더 젊었더라면 나는 팬티만 입고 외출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를 리얼웨이에 활용한 건 미국 셀럽들이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찬사에 호응하듯 켄달 제너와 카일리 제너, 헤일리 비버, 벨라 하디드 등이 일제히 팬츠리스 룩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 켄달 제너는 네이비 스웨터에 타이즈, 아찔한 힐을 매치해 미니멀 스타일링의 정수를 보여줬고, 카일리 제너는 롱 코트 안에 탱크 톱과 브리프, 타이즈를 코디해 눈길을 끌었다.
패셔니스타 사이에서 유행했던 팬츠리스 룩이 한국에 상륙했다. 르세라핌 허윤진은 트레일러 영상에서 파격적인 팬츠리스 스타일링을 공개했다. 흰색 브라톱과 시스루 타이즈, 회색 브리프를 착용하고, 바닥에 끌릴 정도의 핫 핑크 롱 패딩을 매치했다. 블랙핑크 리사는 자선 행사에 골드 의상에 짧은 치마를 연상시키는 액세서리만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문가영과 한소희는 시스루 드레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팬츠리스 트렌드에 올라탔다. 문가영은 하늘하늘한 하얀색 드레스 안에 브라 톱과 쇼츠를 착용했고, 한소희는 올블랙 팬츠리스 룩을 선보였다.
패션계에서 팬츠리스 룩은 주체성과 자유로움의 상징과도 같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한 노출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노출이 많은 의상을 청소년들이 따라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팬츠리스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샤넬 2024 S/S 컬렉션에 선 모델들은 마이크로 쇼츠를 착용하고 런웨이에 올랐다. 대범하고 과감한 팬츠리스 트렌드가 어떤 형태로 발전되고 전개될지, 2024 패션 키워드로 꼽히는 미니멀리즘과의 궁합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4년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