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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 매거진 Feb 10. 2024

클래식 음악 전용 어플, ‘애플 뮤직 클래시컬’ 사용기

애플이 지난달 24일 클래식 음악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국내에 선보였다. 지난해 초 북미와 유럽에서 먼저 출시됐던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고, 한국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직접 사용해 보니, 클래식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어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애플

빠르고 편한 검색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출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카탈로그’를 내세웠다. 작곡가 2만 명, 11만 5000여 개의 작품, 35만 개의 악장 등 신보부터 명작까지 총 500만 개 이상의 트랙 및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 어플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작품 수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같은 곡이어도 여러 오케스트라, 지휘자, 독주자가 참여하다 보니 수많은 레코딩이 존재하고, 작곡가 별로 카탈로그 분류 방식도 따로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음악에 비해 검색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 Den

기존 애플 뮤직에서는 작곡가나 작품명에 오타가 있으면 검색이 어려웠고, 검색 결과가 정렬되어 있지 않아 듣고 싶은 곡을 정확히 찾아낼 수 없었다. 긴 작품 제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흐르듯이 표기되어 검색이나 탐색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반면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클래식에 최적화된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작곡가, 작품명, 작품 번호, 악기, 아티스트 등 키워드로 곡을 찾을 수 있었고, 심지어는 작품의 별칭을 한국어로 입력해도 검색이 가능했다. 제목이 잘려 보이지도 않았다. 곡 재생 화면에서 왼쪽 하단 아이콘을 터치하면 작곡가, 작품명, 카탈로그 번호, 악장, 음반 회사 등 곡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검색에 큰 도움이 됐다.  


ⓒ Den

특정 곡에 대한 모든 레코딩이 정리되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검색하면 ‘930개의 레코딩 모두 보기’라는 버튼이 뜨고, 알프레드 브렌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등 다양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하나하나 찾을 필요 없이 터치 몇 번으로 여러 연주자들의 레코딩을 골라 감상할 수 있어 편했다. 이 검색 결과 내에서 연주자 이름이나 오케스트라 이름을 재검색하거나, 레코딩을 인기도·이름·발매일·기간별로 정렬할 수 있어 원하는 음악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 Den

손쉬운 탐색, 초보도 즐길 수 있는 큐레이션

가끔 첼로로 연주하는 곡을 모아 듣고 싶다거나,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곡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애플 뮤직에서는 악기별로 곡을 나눠놓지 않아 유튜브에 들어가 ‘첼로 플레이리스트’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특정 악기로, 혹은 특정 시대에 연주된 음악을 모아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서비스하고 있는 곡들을 시대, 악기, 지휘자, 장르 등으로 분류했다. 카테고리를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곡을 감상하게 된다.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전문가의 추천을 받고 싶다면 카테고리별로 마련된 ‘에디터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하자. 전문가가 엄선해서 꾸린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마음에 쏙 드는 곡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반복해서 듣고 싶은 에디터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했다면, 리스트 자체를 저장하고 언제든 꺼내 들을 수도 있다.


ⓒ Den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부터 연주자 코멘터리를 담은 플레이리스트까지,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는 플레이리스트가 정말 많다. ‘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만들어 봤어’ 같은 느낌이랄까. 클래식 문턱을 낮춰 입문자와 애호가를 동시에 공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먼저, 클래식 입문자라면 ‘The Story of Classical’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총 9편으로 구성된 이 플레이리스트에선 클래식 전문가가 주요 작곡가, 시대, 악기와 클래식 용어를 소개한다. 음악이 추가된 팟캐스트같은 느낌인데,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시대를 커버하고 있어 음악 이해에 도움이 된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연주자가 직접 곡을 해설해 주는 ‘아티스트가 소개하는 앨범’ 시리즈가 좋겠다. 이름 그대로 트랙 사이사이에 해당 앨범의 아티스트가 곡을 소개하는 음성을 끼워 넣어 만든 플레이리스트다. 1~3분 정도의 길이로 녹음된 아티스트의 설명을 먼저 듣고 곡을 감상하는 식인데, 곡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녹음 비하인드, 자신이 곡을 해석한 방식 등에 관해 들을 수 있어 흥미롭다.


(좌) 애플 뮤직 보관함에 클래식 곡이 추가된 모습. (우) 임의 재생 아이콘이 표시되지 않는 모습. ⓒ Den

보관함 연동, 임의 재생·다운로드 미제공은 아쉬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보관함 기능이다. 애플 뮤직과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는 ‘보관함’이라는 탭이 있다. 여기에 곡 또는 앨범을 추가해 두면 검색을 따로 할 필요 없이 곡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애플 뮤직에서 보관함에 대중 가요를 추가할 경우, 애플 뮤직 클래시컬의 보관함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반대로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서 보관함에 클래식 곡을 추가하면, 애플 뮤직 보관함의 최신 항목에도 곡이 자동으로 추가된다. 실제로 애플 뮤직 클래시컬 어플에서 여러 곡을 보관함에 담았더니 애플 뮤직 보관함의 최신 항목까지 모두 바뀌어 있었다. 두 보관함을 따로따로 관리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을 듯하다. 두 어플의 보관함 연동 여부를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어플 내에서 임의 재생과 다운로드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애플 뮤직 클래시컬 어플에서 임의 재생을 제공하지 않느냐’는 사용자의 질문에 공식적으로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에디터들이 곡을 모아 둔 플레이리스트에도 임의 재생 아이콘이 없는데, 아마도 트랙 순서대로 들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다운로드 역시 어렵고, 스트리밍으로만 곡을 재생할 수 있다. 임의 재생과 다운로드를 위해선 애플 뮤직 어플로 넘어와야 한다. 애플 뮤직 클래시컬의 검색 기능을 이용해 곡을 검색하고, 다운로드는 애플 뮤직에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애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 어플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품들을 상세히 분류해 검색을 용이하게 했고, 입문자를 위한 큐레이션과 곡 설명이 친절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애플 뮤직 가족 공유를 이용하면 월 약 2,300원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클래식의 세계를 좀 더 손쉽게 유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4년
에디터 김보미(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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