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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여니 Jun 28. 2023

반복적으로 뛰어다니는 아이

내 아이가 특이하다고?

3살 때였다.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1년에 한 번씩 있던 정기 부모님 상담을 갔었다.

아파트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놀고 있었고 나는 거실에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 제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아이가 거실을 왔다 갔다 반복 적으로 뛰는 행동을 해요. 특이한 행동인 것 같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에요.”


“보통 아이들은 이러지 않거든요.”


보통? 그럼 우리 아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순간 나는 기분이 나빠져 되받아쳤다.


“아.. 그건 그냥 아이가 노는 방식이에요. 심심할 때마다 그러더라고요. “


웃으면서 말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해 표정에 드러날 정도였다. 그 뒤로 어린이집 교육 방식과 식단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짧은 상담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남편에게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이상한 쪽으로 몰아갔다며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이의 노는 방식 하나 이해를 못 해서 그런 소리를 했다고.


그리고 2년이 흘러 가정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새로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5세 반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서는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셨다.


어느 날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나오시면서 아이가 교실과 복도를 반복 적으로 뛰어다닌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친구들이 노는 걸 방해하는 것은 아니, 혼자 뛰어다니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것이 놀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또 1학기의 마지막이 지나갔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등원을 했다.  차량으로 등 하원을 시키다가 그날은 아이가 보고 싶어 평소보다 일찍 데리러 갔다. 오랜만에 뵙는 담임 선생님께 의례적인 말로 인사를 드렸다.


“저희 아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죠?”


“아휴.. 여전해요. 그대로예요.”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리고 혼자 블록만 가지고 놀아요.  며칠 전에는 혼자 복도에 나가서 옆 반 선생님이 데리고 오셨다니깐요.”


몇 줄 안 되는 선생님의 말씀에 누군가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못 어울리고, 혼자 복도에 나가고, 그걸 모르셨다고? 선생님의 말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놀이터에 가도 친구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해 절대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 아이였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느렸다. 그래서 단어들로 짧게 씩 말을 해 친구들이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응? 뭐라고? 아줌마 얘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말할 때마다 친구들의 머리에는 물음표가 그려졌다. 그래도 아이는 천천히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말하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혼자 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계시니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같이 놀게 해 주시겠지?'라는 나의 이런 안일했던 생각이 아이를 외롭게 했었던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서도 자유시간에 혼자 놀다가 심심함에 계속 뛰어다녔을 모습이 그려졌다. 엄마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친구 관계였다.

속상한 마음이 컸지만 그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그날 나는 바로 발달 센터 번호를 눌렀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마음을 버려야 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렇게 발달센터의 번호를 누르기까지 거의 3년의 시간을 허비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아이는 평범해라며 스스로에게 세뇌를 했던 엄마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을 아이의 시간들에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커졌다.


"걱정 마 엄마가 외롭지 않게 옆에서 꼭 안아줄게"


발달센터와 통화가 끝나고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던 날.

'네가 가지고 있는 힘듦이 민들레 씨앗처럼 훨훨 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 라며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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