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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여니 Jul 12. 2023

꿈꾸는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

나의 꿈은 아이의 희생이라고 말하는 이들

사실 임신 전에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고 있는 일과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도전해보고 싶어 퇴근 후 틈틈이 배우러 다니며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다. 하지만 계획에 없던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고 그렇게 잠시 꿈을 접어야 했다.


바로 시작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간 이라는 생각을 하며 만삭의 몸으로 제과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땄다. 내 인생의 첫 국가 자격증이었다. 사람이 간절해지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이가 4살이 되었다. 이제 일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을 설득해 드디어 6평의 자그마한 나만의 디저트 카페를 차렸다. 너무나 행복했다.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게 아니라 나의 직업으로 불린다는 사실이 제일 기뻤다.


그렇게 어렵게 오픈한 카페의 하루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쉴 새 없이 계속 디저트를 만들고, 하원하는 시간이 오면 문을 잠시 닫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다시 오픈을 했다. 하원 후 아이는 커튼 뒤의 작은 공간에서 마감 시간까지 내내 뽀로로 영상을 보면서 엄마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때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아이가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시작한 카페인데 포기하면 안 돼. 내 성공은 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야'

매일매일 이런 생각을 되뇌며 버텼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면 종일 서있는 걸로 체력이 다 소진되었다. 아이랑 놀아줄 수 있는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카페에집에서도 얌전히 놀아주는 아이에게 고맙기만 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큰 소득이 없는 나의 작은 카페와 남편과의 끊임없는 싸움, 아이의 언어발달지연이라는 결과.


그리고 모든 화살은 나에게로 쏟아졌다.

엄마가 아이 옆에 없어서, 엄마가 일 때문에 가정에 소홀해져서, 더 일찍 병원에 가지 않아서..

엄마가.. 엄마라서.. 엄마니깐 비난의 앞에는 저 수식어가 꼭 붙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순간부터 내가 꿈을 꿔서, 하고 싶은 걸 해서 아이가 저렇게 됐구나 라는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쯤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그때 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말이 느려지고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워킹맘인 친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아기 5개월이 됬을때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어린이집에 맡겼다. 비슷한 환경에서 친구의 아이는 평범하게 자라는데 왜 우리 아이만 평범하지를 못해서 이렇게 힘든 건지.

그땐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혼자 놀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하지 말았어야 될 말을 내뱉었다.

" 왜 너만 유별나니."

그렇게 비난의 화살을 아이에게 돌렸다. 그날 난 정말 나쁜 엄마가 돼버렸다.


내 꿈이 내 아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질 줄은 정말 몰랐으니깐

내가 행복하면 너도 행복할 줄 알았으니깐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엄마는 일과 가정을 다 잘해나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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