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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여니 May 21. 2024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더니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원망과 분노의 시간들이 많았다. 그 시간들 안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나를 낳은 엄마는 분명 나를 사랑했지만 표현이 너무나도 서툴렀다. 기분대로 화를 냈고 나이차이 많이 나는 동생을 위해 무조건적인 누나의 희생을 바랐다. (그땐 나도 초등학생의 어린 나이였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내 행동 하나하나 통제하려고 하는 거였다. 부모가 자식에게 안된다는 말을 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했는데 부모님에겐 이유가 없었다.

아마 있었더라도 설명을 듣지 못한 나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혼을 하면서 남편에게 한 말이 있다.

"난 절대 애들을 나처럼 통제하면서 키우지 않을 거야.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거든."

다짐하고 다짐했다. 주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란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게 해 줘야지.


자유롭고 활발한 아이들이 되길 바랐지만 정작 나의 행동은 마음과는 달랐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가 났고 해야 될 일을 다 정해줘야지 마음이 편했다. 그러면서도 엄마인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길 바랐다.

말과 행동이 느린 아이였기에 고쳐야 된다는 명목하에 손짓, 몸짓, 말투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고치게 했다.

그렇게 어릴 적 나처럼, 내 아이도 숨 한번 편하게 못 쉬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 어렸을 때 장모님이랑 똑같이 애들 대하는 거 알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누군가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는 기분이 들었다. 주눅 들어 어깨가 축 처져있는 작은 남자아이가 보였다. 뭔가 행동을 할 때마다 엄마를 쳐다보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나 뭘 하고 있던 거지?'

신발장 앞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젊었을 적 엄마가 겹쳐 보였다.

자식의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리치며 화내던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표현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랬어. 이해하지?'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잘못한 거다.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자기합리화된 핑계를 집어던지고 부족한 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남하테 보이는 좋은 모습이 아닌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너무 되고 싶어 졌다. 내 아이가 커서 엄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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