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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삭 Aug 11. 2023

시시콜콜 남의 이야기 따분할 따름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이었던가 <엠마>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 작품을 읽다 이 문장을 읽고 너무나 기가 막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제 얘기를 하지 않는 건 시시콜콜한 남의 이야기 따위는 따분할 뿐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나도 모르게 집중력을 잃고 멍해지는 순간을 느낀다.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뭔가 신나게 말하고 있는데 하나도 재미가 없다. 심지어 이야기가 길다. 뭔 이야기인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고 표정관리만 이어나가는 그런 상황. 제인 오스틴은 이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문득 걱정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이야기하던 건 아닐까?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항상 따분하게 듣고 있었던 건 아닐까? 또 반대로 나는 어떤 이야기를 따분하게 들었을까? 과연 시시콜콜한 남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우선, 내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이야기다.

아무리 신나서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해도 그 이야기의 내용이 나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전혀 없다면 따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자신이 주식 투자한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다 아는 내용이라면 따분할 수밖에 없다. 내가 모르는 주식 이야기. 최신 주식 트렌드. 숨겨진 종목같은 이야기를 하면 따분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결국 공감이다. 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야기는 따분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너무 길면 따분하다. 일단 말을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이 이야기가 길어지는 친구들이 있다. 처음에는 조금 재미있게 듣다가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고 따분해진다. 말을 끊고 싶지만 너무 신나게 말을 하고 있어서 표현은 못하고 멍 때리게 된다.




분석이 끝났으니 이제 나도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따분하지 않은 사람이 되자. 내 이야기를 통해 뭐라도 하나를 주는 사람이 되자고.


우선, 그 사람한테 이득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게 정보이든 무엇이든.

그런 정보가 없다면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자. 그 사람이 지금 힘들다면 위로를.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그런데 문득 또다른 생각이 든다.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 따분한 이야기 필요없는 것일까?

그런 시시콜콜 따분한 이야기도 가끔은 해줘야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나?

그래도 자주 하지는 말자. 따분한 건 따분한 거니까. 엄마와 베프에게만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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