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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Apr 08. 2024

내년에도 벚꽃을 볼 수 있을까?

봄봄봄

대학 입시가 끝나고, 대략 5년만에 처음 누리는 자유로운 봄.

바람의 투명한 향과 꽃내음이 진동하는 봄.


원래 나는 벚꽃이 피든 지든 관심이 없을 뿐더러 아무 감흥도 없었다.

앞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을 테니까.

나에게 내년, 후년, 내후년이 있으니까.


올해는 지기 시작하는 꽃들을 보니 조급해지네.

앞으로 몇 번 안 남은 것 같아.

분홍빛 머금은 별들과 그들의 은하수를 몇 번이나 더 눈에 담을 수 있을까?

더 많이 바라보고 사랑해야지.




죽음이 두렵지 않다. 미련이 없다.

고대하던 대학생활은 (우울증의 영향인지) 지루하고, 미래에 기대할 건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가슴 속을 밀도 있게 메우던 꿈이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잃어버렸다.

이제 내 마음은 텅 비었다.

싸늘한 바람만 외롭게 분다.


딱히 낫고 싶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낫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게 느껴진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좋아하던 상담도, 진료도, 다 지겹고 때려 치우고 싶다. 그렇다고 정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것도 고역이다. 오롯이 혼자서 감정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아, 어떻게 살아가지. 돌아가고 싶다. 내가 왔던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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