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법도 배워야 하는 요즘 어린이들
그럼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은 무엇일까? 나의 짐작만으로 글을 쓸 수 없으니 뉴스기사를 찾아보았는데 한 인터넷뉴스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선물 1위는 책과 학용품이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밀접한 것이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이 된 현실.. ^^ 내가 산타를 믿을 때만 해도 최고의 선물은 새 학용품, 새 책, 새 장난감처럼 물건 앞에 '새(New)'가 붙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렇게 시대가 변한 것이다. (내가 새것을 얻기 힘든 시골의 차녀로 자라 그랬을까....)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식당이나 마트, 심지어 유모차에서도 어린 유아들 앞에 스마트폰 거치대가 놓여 있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아니다. 더 큰 화면의 태블릿이 아이들 앞에 놓인다.
어려서부터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지는 건 그저 취미나 여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울면 달래거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분명하고 단호하게 식사예절을 가르쳤는데 요즘에는 많은 부모님들이 영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불편한 상황을 참고 견디고 배우는 기회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모님이 틀어주는 영상이 떼쓰는 아이에게는 보상처럼 다가오는 현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면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상황들에 대한 대처가 미숙한 편이다. 물론 스마트폰만이 이런 현상의 원인은 아니다. 육아환경도 많이 달라졌는데 형제자매들끼리 놀면서 자연스레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웠던 것들이 혼자 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된 탓도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부모님이 대신해 주는 가정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도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또래와 활동하며 부딪히는 일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소한 상황은 대체로 서로의 이해와 배움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말 사소한 건데도 문제상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상황은 아이들 입장에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의견'이 개입했을 때 발생한다.
"어떻게 교실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말씀드릴 순 없지만 더한 일도 많이 일어납니다...)
"어떻게 1학년이 친구에게 그럴 수가 있어요?" (1학년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아직 어리잖아요...)
아는 것도 실수할 수 있고 어릴수록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공부는 천천히 배워도 되지만 놀이하며 배우는 상대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은 평생을 가는 귀한 밑거름이 된다. 공부의 결정적 시기는 모호해지는 추세지만 놀이하며 배우는 것들은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또래관계에서 변두리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또래친구와 놀며 배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아이도 부모님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상대를 이해하는 법도 배운다. 놀이의 과정에서는 때로 나의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줄도 알아야 하며 규칙에 따른 시시비비를 가릴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것도 느끼고 그냥 와하하 웃으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법도 배운다. 순간의 감정이 훅 올라온 탓에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사과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상대방이 흥분해서 내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사과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즐거웠다가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났다가 금세 후련해지는 등 모든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놀이다. 그래서 놀이야말로 어떤 일을 하는 모든 과정과 결과를 배우는 일련의 과정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며 그것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놀아주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이것을 사주면 얼마간 귀찮게 하지 않고 알아서 잘 놀겠지?라는 마음으로 사주셨다면 공부보다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놀이로 채워진 긍정적 자존감과 상호작용을 익힌 아이가 공부에도 더 잘 집중하기 마련이다. 공부는 원래 다소 귀찮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나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믿음으로 그 어려움을 참아내며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 놀아본 아이들이야말로 그 어려움을 잘 참을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