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다 알 수는 없는 교실이야기5

교실은 이런 곳입니다.(교실을 지배하는 기본원리2)



교실에서 누가 즐겁고 누가 즐겁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는 교실을 지배하는 두 번째 기본 원리!

'교실에서의 즐거움은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관계가 좋으면 학교는 가고 싶고 머무는 동안 즐거운 곳이 된다.

만약 우리반 아이가 부모님께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했음을 알게 된다면 나는 틀어진 관계부터 확인하고 바로잡을 시도를 한다. 때로는 실제로 틀어지지 않았는데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오해에서 비롯되어 크게 해석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대부분의 경우는 친구와의 사소한 관계 문제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친한 친구와 사이가 나빠졌거나 관계를 맺을만한 친구가 없거나 또는 원치 않는 관계에 끼여 고민스러울 때 교실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즐거운 곳이 아니다.

교실에서 가장 즐겁게 지내는 학생은 성적이 가장 좋은 아이도 아니요, 잘생기거나 예쁜 아이도 아니요, 그렇다고 성격이 제일 좋은 아이도 아니다. 특별히 누군가와 사이가 나쁘지 않고, 대부분의 아이와 두루두루 잘 지내고, 누군가와 가끔 부딪히기도 하지만 중재과정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곤 먼저 사과하겠다고 말할 줄 아는 아이가 가장 즐겁게 지내는 아이다. 물론 이런 아이들이 배움도 잘 받아들이기에 성적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이런 아이들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직장도 그렇지 않은가? 직장생활 만족도는 돈을 제일 많이 벌거나 가장 적게 일하거나 가장 빨리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와도 적당히 잘 지내고 어려운 일을 나눠할 줄 아는 심성을 지녔고 그래서 그 누구와도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기에...


나는 교실을 아이들이 경험하는 가장 너그러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실에서만큼은 모두가 즐겁게 지내길 바라고 그렇기에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지도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단단하고 건강한 관계는 사소한 다툼과 갈등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꾹 참는 아이보다 가끔 빵~하고 터트려주는 아이가 더 반갑기도 하다. ㅎㅎ(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컨디션이 따라 줄 때 빵 터트려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긴 하다. 나는 철인28호가 아니므로...)


다툼과 갈등의 초기에 해결의 물꼬를 터서 속상한 마음을 남겨두지 않기, 지금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시간이 흘러 그 친구를 미움이라는 감정 없이 바라보기, 친구와 나의 성격이 다름을 알고 어떤 부분에서 부딪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다음에는 비슷한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서로가 한 발 물러서기, 크게 다툰 적이 있지만 잘 화해했기에 나중에 그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진짜 안 맞는 사이라면 일부러 거리를 두어 한동안 멀리서 관찰해 보기, 상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그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 이런 것들이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강한 관계의 모습이다.



덧.. 브런치에 가입한 후 뇌가 시키는 대로 필터 없이 손가락 다다다다 움직여 세편의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래서 '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다 알 수는 없는 교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두 편을 써서 다시 작가 신청을 했는데 수락이 되었다. '아.. 브런치는 이런 정제된 글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을 가다듬고 새벽녘 장독대에 정수 떠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두 편 정도를 이어서 썼는데 이런 글은 정말 연구보고서 쓰는 느낌이라 재미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고자 교단일기를 이어 쓰다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이 글로 마무리를 해본다. 언젠가 다시 이어 쓸 수도 있겠지만.. 교실은 정말 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다 알 수는 없는지라.. 이십 년 내공으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십 년쯤 더 쌓아 꼰대 향기 폴폴 풍기며 다시 이어 써봐야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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