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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금 Sep 02. 2023

프롤로그

타인에게 어떤 말을 가장 자주 듣나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넌 참 차분하다.

이 말은 들을 때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고 어색한 미소를 띠게 된다. '차분하다'는 '마음이 가라앉아 조용하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나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마음은 늘 시끄럽고 지저분하기 때문이다. 마치 삼십 명의 아이들이 무질서하게 떠들어대는 교실처럼, 정리되지 않아 뒤죽박죽인 내 사무실 책상처럼 말이다. 생각이 끊이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한 나는 항상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나를 차분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타인의 머릿속을 읽을 수 있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과 왈칵 올라오는 감정을 숨기는 것은 오랜 나의 습관이다. 아동기에는 내가 아는 단어가 몇 개 없어서 복잡한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청소년기에는 교과 지식 말고는 다 쓸데없다고 주창하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었다. 이십 대에는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친구들 틈에서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을 타이밍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속으로 쌓아두기만 한 생각과 감정들이 짐처럼 버겁게 느껴졌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깊은 고독감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입을 떼는 순간 싸해지는 분위기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사람들의 난처한 표정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을 토해내고 난 뒤 느끼는 후련함보다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에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와 창피가 밀려오는 순간이 더 두려웠고, 그 두려움에 솔직한 내 모습을 더 꼭꼭 숨겼다.  


그런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창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낄 시기에 읽었던 책들 덕분이었다. 남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한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했고, 위로받았다.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그 순간 덜 외로워졌다. 아마 그 사람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기까지 무수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면 어쩌지 혹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비웃고 헐뜯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말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놓았고 덕분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등대 삼아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내가 받은 공감과 격려, 안도와 위로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하지만 글을 쓰며 다짐한다. 글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기를. 글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어떻게 하면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나의 글을 읽을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고, 내 진심을 글에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글쓰기에 관한 나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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