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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금 Sep 08. 2023

오늘도 오렌지주스를 마시자. 벌컥벌컥

악동뮤지션의 Love Lee를 듣고

사랑이란 뭘까.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던 어린아이는 몸과 마음이 자라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나에게는 더 이상 통통하고 말랑거리는 살이, 뒤뚱거리며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뒷모습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불어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잔혹한 진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지겹도록 받은 귀염과 사랑에도 예외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삶은 고달파진다. 기말고사 100점을 받기 위해 밤을 새워야 하고,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여러 학원을 전전해야 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회사에 들어가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판단력으로 회사 실적을 쑥쑥 올리는 사원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피나는 노력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타인이 건네는 칭찬과 인정은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면 돌아갈 수 없는 유년 시절이 그립고, 아등바등 살아야만 사랑받는 퍽퍽한 현실이 서글프다. 그렇다고 그리움에 매일 눈물짓고 퍽퍽함에 목 막혀 컥컥댈 수만은 없는 법.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는 낭만이라는 달콤하고 시원한 오렌지주스 한잔이 필요하다. 달짝지근함으로 기분 좋게 만들고, 상큼함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드는 오렌지주스. 요즘 나의 오렌지주스는 악동뮤지션의 'love lee'라는 노래이다.



You know 내 스타일이 아닌 음악을 들어도
You know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도
우산 없이 비가 와 홀딱 다 젖어도 좋아
I love it because I love you
:
You know 아끼는 옷에 coffee를 쏟아도
You know 내가 준 목걸이를 잃어버려도
한 번 더 같은 것 사준 걸 다시 또 잃어도 좋아
I don't care I just care about you


이란 가사는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환상의 나라로 안내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환상의 나라. 그곳에서 나는 오늘 한 실수를 잊어버린 채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유별난 취향을 맘껏 드러내며 천진난만하고 해맑게 뛰어다닌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노래를 듣는 동안은 사랑받기 위한 분투를 잠시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이 노래가 좋은 것은 이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 노래에 담긴 특별한 사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밝히길 이 노래가 은퇴를 고민할 정도로 슬럼프를 겪은 동생 이수현을 위해 오빠 이찬혁이 만든 노래라고. 'Love Lee'라는 제목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는 가사는 힘든 시간을 보낸 동생에게 전하는 오빠의 마음이자 응원일 것이다. 이 노래가 다른 사랑 노래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연인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 간의 따뜻한 배려와 깊은 믿음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꿈과 희망에 부푼 삼 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현실에서는 나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를 쓰는 내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지치는 하루를 보내도 어렸을 때 받았던 꿀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의 눈빛과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을 다시 받을 수 없다. 책임과 의무를 짊어진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허탈함과 씁쓸한 기분을 안고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는다. 그때 오는 언니의 문자 한 통.


오늘 기분도 꿀꿀하니 치킨이나 먹으러 가자.


이 문자를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난다. 그래 사랑이 별거인가. 나를 웃음 짓게 하는 방법으로 묵직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 아닐까. 어렸을 때 받았던 사랑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것 또한 사랑이고, 이 사랑 또한 소중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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