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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금 Dec 27. 2023

겨울을 닮았다고 이야기해도 될까.


고요함이 깃드는 밤 몰아치는 한 겨울의 파도 같은 그대 그댄 나만의 Christmas 나의 따뜻한 촛불 빛나는 별빛 Love you on Christmas Merry Christmas 일어나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아침 지금껏 보냈던 날들과는 달라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 다 사라져


2016년 12월 7일에 발매된 백예린의 'Love you on Christmas'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매년 겨울마다 크리스마스 캐럴보다도 자주 듣는 노래이다. 마냥 신나고 경쾌한 캐럴보다는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겨울 노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피아노 반주와 간간이 들려오는 종소리는 어두운 밤에 눈이 흩날리는 낭만적인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고, 백예린의 따뜻한 목소리는 식탁에 모여 식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한 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추운 날씨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겨울은 내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 계절 중 하나였다. 두꺼운 옷을 껴입어야 하고, 눈이 오면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밤이 빨리 찾아오는 겨울이 싫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겨울일 때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기다리게 된다. 차가운 공기로 숨이 막히고, 매서운 바람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 때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추위에 떨고 들어와 극세사 털로 이루어진 담요를 덮거나 전기장판에 몸을 지지면 몸에 온기가 돌며 밀려오는 나른함과 편안함. 그것은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었다. 만약 날마다 여름이라면 우리는 따뜻함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울밤만큼이나 어두운 시간을 보냈고,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바람만큼이나 혹독한 불안과 근심을 겪었던 사람들. 하지만 타인에게 배려와 선의를 잊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모른다. 그들이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冬至)'를 보냈기 때문에 그들의 미소와 말 한마디가 더욱 진정성 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겨울에는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절이다. 숨을 내쉴 때마다 숨의 크기와 세기만큼 새하얀 입김이 터져 나오니까. 나는 그들을 볼 때 사랑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웃고 있다는 것을, 그들과 보내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을, 그들의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함께 힘들어한다는 것을, 그들의 행복을 나의 버킷리스트에 적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겨울을 닮았지만, 동시에 사랑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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