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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이월의 봄 Oct 05. 2023

아이들이 잠들면, 나만의 달 샤베트를 만난다.

<어린이의 말, 박애희 지음>을 읽다가

작은 아씨들이 모두 잠든 밤. <어린이의 말, 박애희 지음>을 읽다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질문 폭격의 시대가 도래한다.” 라는 한 문장만 보고도 웃음이 났다. 


문장 부호 중에 물음 느낌표(?!), 일명 interrobang 이 있는데, 나는 아이들을 보면 자꾸 물음 느낌표가 생각난다. 닮았다. 아주 많이.



https://brunch.co.kr/@springandspring/46


위 사진들은(캡쳐) 2023년 6월에 썼던 글이다. 끄적이기를 좋아해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혼자 보는 글을 적기도 하지만, 가끔은 브런치에도 글을 올린다. 아주 소수의… 나의 글과 나의 생활을 기분좋은 마음으로 마음에 담아주는, 그이들이 읽는다. 글이 뜸해지면, 카톡이나 전화가 온다. 무슨 일 있냐고. 

그래서 또 가끔, 썼던 글을 올리게 된다.



여하튼-



작은 아씨 1호가 6살 때 함께 책을 보다가, 그녀는 느낌표에게 맛있는 쿠키를 발견하여 뚝뚝 침흘리는 <침흘림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엄마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다. 느낌표를 알려주려던 욕심을 슬그머니 주워 담았다. 느낌표보다 침흘림표가 더 멋져서. 끝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에게 느낌표는 ‘침흘림표’였다.


그날 이후로, 딸 아이 덕분에 물음 느낌표(?!)가 아이들처럼 보이는 경험을 했다. 호기심 가득하게 허리를 둥글게 말고, 땅을 굽어보는 어린이. 물음표를 닮았다. 별이며, 달이며, 비행기까지… 자그마한 발로 지구를 꾸욱 누르며, 우뚝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온갖 것을 발견하는 어린이. 느낌표를 닮았다. 그러니, 물음표와 느낌표가 만나면 딱 ‘어린이’다.



<어린이의 말, 박애희 지음> 책의 표지를 넘기면, “어린이들은 알까. 자신들이 때때로 어른을 훌륭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이라는 보라색 글귀가 무심히도 사랑스럽게 독자를 반긴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바로 '심쿵'이 아닐까? 

바로 여기서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에서 p.192 권태롭다는 것은 삶이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라고 했다. 새롭게 바라보는 것. 나는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나의 작은 아씨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후루룩 어서 읽고 싶은 책도 있지만, 가끔은 아껴 읽고 싶은 책도 있다. 작은 아씨들이 좋아하는 동화책 중에 <달 샤베트, 백희나 지음>가 있는데, <어린이의 말, 박애희 지음>이 나에겐, 달 샤베트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마다, 나만의 달 샤베트를 만난다. 사르르- 쌰르르- ✨ 달콤하고, 은밀하게, 조금씩. 앞으로도 여러밤을 그렇게 만날 것이다.


- <어린이의 말, 박애희 지음> 책을 읽다가, 9월의 밤에 -

230927




https://brunch.co.kr/@springandspring/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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