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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aphic May 27. 2024

X세대와 Z세대 사이에 낀  N세대를 아시나요?

다양하게 명명된 우리 세대 N세대에 대한 단상들

*필자의 실낱같은 기억에 의지해 적은 글입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태초에 X세대가 계시니라


 X세대(Generation X)는 베이비 붐이 끝난 뒤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며, 한국에서는 1993년 이병헌(그 이병헌이 맞다)과 김원준이 모델로 등장한 화장품 광고에 나온 문구로 대중에 알려졌다. 한때는 신세대와 같은 뜻으로 쓰였고 오렌지족, 야타족 같은 세부 종족이 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신세대라는 말은 다소 촌스럽게 남고, X세대는 마케팅 타깃에서 사라졌다.(가 영포티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려고 노력 중이다.)     


화장품 용기 보다 더 큰 대문자 X자와 "나는 거부한다,옳지 않은 모든 것들을-" 같은 광고문구가 눈에 띈다.


 어린이 었던 나로서는 영단어도 아닌 영어 철자를 왜 한글과 붙여서 부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만큼 무슨 세대라는 표현이 낯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이름을 YS, DJ, YP로, 대구경북을 TK로 줄여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생각했다. 또는 4B연필처럼 어떤 단계를 나타내는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신인류 같은 세대여서 ‘X’ 세대였기에, 줄임말도 레벨도 아닌 작명에서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느껴진다.      

 

'내일은 사랑'을 보면서 꿈꾸었던 캠퍼스라이프...드라마는 드라마였다.


 X세대는 당시 초등학교(국민학교) 저학년이던 나에게 곧 대학생 형 누나들이었는데, 나도 크면 드라마 ‘내일은 사랑’처럼 이병헌 고소영 박소현 같은 동기들과 함께 조그마한 백팩을 멘 채로 두꺼운 전공책을 들고 캠퍼스를 뛰어다니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환상을 가졌다. 드라마를 통해 보는 X세대는 꽤나 멋져 보였다. 뭐랄까 더 큰 어른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 보였다.     


 저학년이었던 내가 고학년이 될 때까지, X세대 담론은 생각보다 오래가서 신은경, 김지호 같은 배우들이 이어서 X세대로 느껴졌고 전에 없던 신선한 느낌과 발랄함이 포인트였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주목을 받던 X세대는 IMF를 기점으로 힘을 잃었던 것 같다. 당당한 의견 개진과 개성표현에 거침이 없던 그들 역시 구조조정의 서슬 푸른 칼날에는 숨을 죽여 빨갛게 염색했던 머리를 얌전히 하면서 출근하더라 같은 기사가 많았고 그 이후로도 Y세대니 뭐니 하는 세대 명명이 있었지만 크게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N... 세대라는 것이 있었나요?


골뱅이(@)를 못잃었던 N세대


 그다음 나타난 세대는 우리 세대 N세대이다. 초등학교 때 선망하던 대학생 형 누나들이 아닌 바로 내가 속한 세대 이름, N세대!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Network, interNet 같은 용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N’ 자체보다는 골뱅이표를 여기저기에 적고 넣는 것이 유행이었던 기억이 있다. @(골뱅이표)는 영어로는 at sign이라고 부르며 흔히 at(앳)이라고 읽는데 이전까지는 키보드에 왜 있는지 모를 알 수 없는 의미의 문자였지만 이메일이 생기며 익숙해졌다. 당시에는 나의 이메일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앞서 나가는 느낌을 주는 일이었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자아를 가지는 것(의 이름인 아이디), 그리고 집 주소나 전화번호가 아닌 무형의 소통 창구를 가지는 것 모두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기에 이메일의 아이디와 도메인 사이에 존재감을 뽐내는 골뱅이표 자체가 힙해서 여기저기 두루두루 쓰였다. (번외로 단어 앞에 www.를 붙이는 것도 있었다. 또는 말끝마다 닷컴(. com)을 붙인다던지)     


음악캠프 MC부터 출연가수 샤크라까지 모두 이름밑에 이메일 표기를 했던 N세대의 짧은 전성시대. 아이디에서 본명을 바로 유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X세대의 대표 연예인이 90년대 초반에는 이병헌, 중후반에는 신은경, 김지호라면 N세대를 상징하는 얼굴로 배두나, 김민희, 김효진이 먼저 떠오른다. 이들은 틴에이저 잡지라고 불렸던 신디더퍼키, 세시, 키키, 에꼴 등의 표지모델을 번갈아 하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배두나는 김혜수의 토크쇼 플러스 유에 등장하며 혼자 치고 나간 느낌이 있었고 일일 연속극 등에 출연하며 빨리 배우로 자리 잡아 이 중에서는 특히 김민희와 김효진이 라이벌로 거론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신문에는 예전 같았으면 방송국 문턱도 못 넘었을(?) 신선한 얼굴임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많았었는데 새로운 세대의 얼굴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은경, 김지호도 그랬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런데 N세대는 현실 속의 우리를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비주얼 콘셉트 같기도 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데몰리션 노래방, 은색 펄을 가득 묻힌 광고 속의 연예인 메이크업 어딘가. 그러다 어느 순간 밀레니얼 세대로 불렸고, Z세대와 함께 MZ*로 다시 명명되기 전에는 마케팅 타깃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낀 세대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MZ세대로 묶이면서도 그 안에서 분리되는 특이한 경험을 한 세대이기도 하다. 분리보다는 배척이 더 정확할 수도 있는데 사실 우리도 묶이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편의에 의해 Z들과 붙었을 뿐.       



역사는 반복되고 남은 알파벳은 많다.


 밀레니얼도 MZ로 불릴 때마다 머쓱한 느낌이 있는데(양심이 없지는 않다) ‘이 둘을 같은 세대로 묶을 수 있는가’ 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지속적인 논의를 접할 때마다 X세대에서부터 시작된 세대 타령을 어릴 적부터 접했던 우리로써는 ‘이(세대)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생각부터 든다. 알파벳 26자 안에서 임의로 돌아가며 붙여지는 10년 20년 정도의 세대구분이 뭐가 그렇게 차별성이 있을까.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정도로는 넘어가야 세대 구분이 아닐까(현생인류 20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으로)    

 


 한국에서도 Z세대보다는 GenZ로 불리우다(제트세대도 지세대도 입에 붙지 않아서일 것이다) 밀레니얼과 붙어 상대적으로 빛을 발했던 그들은 그토록 MZ세대 안에서 분리를 원했다. 하지만 이제 MZ는 가고 다음에 올 잘파* 안에서 우리 밀레니얼이 겪은 수모(?)를 똑같이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는 반복되니까.  

   

* MZ세대 :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지칭하는 대한민국의 신조어

** 잘파세대 : 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Z세대와 2010년대 초반~202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하는 알파세대의 합성어(Z+Al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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