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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Feb 19. 2024

서평사례

-문학, 비문학, 청소년,  아동,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

2. 비문학

(6) 경제/경영 -『한국 반도체 슈퍼 乙전략』(전병서, 경향BP, 2023)

-신냉전시대에 한국 반도체의 생존전략          

 

요즘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환경 문제가 전(全)지구적 화두가 되었는데, 그 취지에 맞게 이 책은 띠지에도 제목의 일부와 저자 약력의 일부를 본 책 표지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발췌해 두어 독자로 하여금 띠지까지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출판관계자의 탁월한 기획력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인 저자, 전병서님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간 반도체/IT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그 후 18년간 중국 경제와 중국 산업을 연구했단다.

그런 저자는 "'반도체 산업과 중국 경제(Chip&China)'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 제패를 해야 한국이 살고 미·중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당당하게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앞 책날개 참조)     


이 책에서는 이러한 한국 반도체의 위기가 닥친 이 시점에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 국가의 편도 들 수 없는 입장을 어떻게 돌파하고 향후 반도체의 우위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무려 '머리말'에서부터 열일곱 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총 여덟 부분으로 나뉜 이 책의 구성은, 다시 저자의 현재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의 신냉전의 상황과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는 소주제로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비전문가인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종 도표와 그래프까지 동원하면서.      


저자는 결국 "미·중의 기술 전쟁이 시작되면서 반도체는 중국에서는 '심장', 미국에서는 '안보'로 격상되었다. (머리말 p.5)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4차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은 자국내 생산을 목표로 'Chip4 동맹'을 결성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를 견제하려는 목표 외에 결국 대만과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묘책으로 대규모의 보조금을 준다고 주장한다.      


한편, 중국의 반도체 신냉전에서 미국을 꺾기 위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과 직접 미국을 공격하는 대신 대만을 핍박하여 '반도체 굴기(崛起)'를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원대한 포부를 진단한다. 또한, 이러한 대중국 압박을 견디지 못한 대만은 '탁란(托卵)' 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결국 "대만은 지금 미·중의 반도체 전쟁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품은 닭'의 신세다."(본문 p.125)라고 분석한다.      

이렇듯, 반도체 안보 시대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취해야 할 11가지 전략에 대해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결론적으로 단호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① '달러 깡패' 미국, '기술 강도' 중국 사이에 선 한국

-"한국이 미국의 동맹에서 제외되는 공포와 중국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미국과 중국이 절절히 원하지만 갖지 못한 기술을 가지면 된다."(본문 p.309)

② 한국의 전문 반도체대학으로 최종병기를 지켜야 한다

③ 한국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메기 효과'를 활용하라

④ 한국의 주중대사는 반도체 CEO 출신으로 보내라

⑤ 중국 반도체 공장은 철수가 아니라 EV용으로 전환하라

⑥ 미국에 반도체동맹법, 배터리동맹법을 요구하라

⑦ 미·중이 아직 싸우지 않는 V2X, UAM에 집중하라

⑧ 3nm가 아니라 모어 댄 무어다

⑨ 반도체 전략, 세계 1위에게 길을 물어라

⑩ 세계 반도체 시장의 일구양제를 대비하라

⑪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이며, 영원한 1등은 없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반도체 관련 용어들을 완독한 지금에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진단과 대책들을 읽으면서 전체적 맥락과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분야의 1위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와 경쟁해야 할 국내 반도체 업계가 향후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우수한 반도체 전문 인력을 길러내고 그 인력이 중도 이탈하지 않도록 충분한 연봉(급여)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외에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강점을 살려 반도체 중심의 산업 편중을 자율주행차와 같은 모빌리티 분야를 특화하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결국,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나 모두 민간 기업들 스스로가 국제 무대에서 직접 협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Chip4 동맹으로 묶어두고 자국의 이익만을 꾀하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 협상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 반도체가 향후 10년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안정적 판로 확보를 보장하고, 대내적으로는 중국처럼 국가의 운명을 가를 반도체 분야의 집중 육성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반도체 용어와 시사적 용어, 고사성어 등이 등장하는데 최소한의 용어 설명을 '각주'나 '미주' 또는 책 말미에 '찾아보기' 등의 항목으로 분류해 부기(附記)해 두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 관련 뉴스 보도만으로 이해가 불충분했을 독자들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Chip4 동맹 : 미국이 주도하는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하는 반도체 동맹

*반도체 굴기(崛起) :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1등 국가가 되겠다는 도약'을 의미⇒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성장 정책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탁란(托卵) : 새가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키우게 하는 일

*일구양제(一球兩制) : 한 지구에 2개의 체제로 가는 것(본문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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