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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Oct 06. 2024

『따라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

김선영 저, (2023, 좋은습관연구소)

  ‘글밥’이라는 필명으로 4년 동안 매일 필사하면서 글 쓰는 사람의 태도와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김선영 작가는 5천 명의 브런치 구독자와 2천 명의 필사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문장 수집가다. 출간작 『어른의 문해력』은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주최하는 2022년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필사가 발휘하는 유용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작가가 필사한 책 속 문장 외에도 필사하며 느꼈던 점을 기록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필사 문장으로 소개한 30개의 발췌문은 내가 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인데다 기성작가도 나의 시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더 공감되었다. 나도 그녀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누어 각 주제에 맞는 필사 문장을 소개하고 있다. ‘1장, 흔들리지 않는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법’ 편에서는, 완벽한 글은 세상에 없으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이라도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쓸 것을 강조한다. 책을 쓰고 작가도 처음에는 몹시 걱정되고 떨렸지만 이제 자신의 품을 떠난 원고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쓰는 사람이니 다만 쓸 뿐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설사 남들이 내 글을 갖고서 이러쿵저러쿵 해도 어쩌랴. 내 손 밖의 일 아닌가. 글을 쓸 때는 좀 뻔뻔해도 괜찮다. 다만 뻔뻔함에는 내 글에 책임을 지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퇴고로 해결해야 한다.”(본문 p.38)라며. 

퇴고, 퇴고, 퇴고! 모든 작가가 강조하는 작업이다. 퇴고, 즉 돌아보는 작업은 비단 글쓰기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인 인생의 퇴고도 필요하다. 목적을 향해 가다가도 수시로 방향을 잃지 않도록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점검해야 한다. 

  ‘2장, 더 다채롭게 표현하는 법’에서는, 좀 더 풍성한 글이 되기 위해 흑백 논리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감을 사용하여 실감 나게 묘사해야 글이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그중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라는 글이 와닿았다. 작가가 뽑은 ‘관념을 눈에 보이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필사 문장’을 감상해 보자.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 p.14의 내용이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마음을 몸속 장기에 비유한 것도 기발한데, 가슴에 손을 넣어 물로 씻어준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3장, 인간미 넘치는 ‘쓰는 사람’이 되는 법’에서는, 글을 쓰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주문하면서 “쓰지 않는 때보다 쓰는 순간이 행복해서 글을 쓴다.”(본문 p.245)고 고백한다. 이와 관련하여 마지막 페이지를 향하는 ‘책쓰기의 즐거움’에서 “책을 쓴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를, 혹은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책을 쓴다. 책 쓰는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의 결과로 책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 자식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걱정해서 자식을 안 낳진 않는다. 모든 자식이 유명인이 되고 효자 효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식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축복이다.”라고 한 강원국 작가가 쓴 『강원국의 글쓰기』 p.266‘의 내용을 30번째 필사 문장으로 뽑았다. 

모든 창작 예술은 창작의 고통이 수반된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화폭에 그림을 그리고, 무용을 하는 소위 예체능 영역만 예술이 아니라는 것. 이외수 작가는 자신을 실제로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 철창 감옥 작업실에 가두고 ’글감옥‘이란 이름으로 수년 동안 집필에만 몰두했다.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송골매의 배철수를 사랑한 팬심으로 『디어 마이 송골매』를 출간한 이경란 작가도 온라인 북토크에서, “자신은 작품을 쓸 때 퇴고를, 많게는 마흔두 번까지도 해봤다.”고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했었다.      


  이렇듯 창작의 고통은 직접 몸을 쓰는 다른 예술 영역과 마찬가지로 단언하건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에 집중하는 가장 저렴하고 간편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이라는 부제를 달아, ‘오늘의 필사 문장’ 30개를 소개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기술한다. 나처럼 기어이 출처를 다 기억하고자 하는 열혈 독자를 위해 ‘글밥의 필사 추천 책 10권’과 본문에 인용된 ‘오늘의 필사 문장 출처’를 실어두었다. 낯익은 작가들의 이름 사이에 내가 모르는 작가도 있어 꼭 찾아 읽으며 필사해 보리라, 마음먹게 만든다. 

  요즘 온‧오프라인 모임에서 필사 모임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작년 봄, 공공도서관 문화행사에서 한 달 동안 온라인 필사 모임이 한 달 동안 진행되었다. 나도 연속 3회 참석하였는데, 필사가 처음이었지만 평소 손글씨 쓰는 걸 즐겼던 터라 무척 뜻깊은 경험이었다. 

  2,30대 젊은 세대라면 키보드 사용이 익숙하겠지만, 레트로 감성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트와 펜을 골라 정성껏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 40대 이상 세대에게 필사는 익숙한 작업이다. 독서 중 가슴을 두드리는 문구를 만났을 때, 필사하며 나만의 감성 어록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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