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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Feb 02. 2024

내 연금 안전할까...

더 내고 덜 받기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수는..."


 P는 심각한 표정으로 기사를 본다.


 "진짜 큰일이에요. 애들이 줄어든다니."


 "이러다가 나라 망하겠어요."


 동료교사들이 교무실에서 기웃거리다가 P의 모니터를 보고 한 마디씩 했다.


 "교사 수도 줄이겠네."


 "잘리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옆에서 잡담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P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일 더 시키는 거 아냐?'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얼핏 관리할 학생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그만큼 신경을 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 장점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학급 수가 줄어들고 연쇄적으로 학교의 교사 수도 비례하여 줄도 모든 행정적인 일은 다 이루어져야 하기에 교사의 부담은 더 늘어나는 단점이 발생한다.


 "선생님, 들어지겠어요."


 옆에 앉은 실무사 L이 그 마음 알겠다는 듯이 P의 얼굴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안 그래도 새로 유입되는 젊은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고 기존에 있던 교사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각종 실무를 일 잘하고 보다 젊은(?) 보직 부장 교사들에게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실무사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작년 S학교에 퇴직, 전보로 떠나는 교사들은 있었지만 학급이 줄어든 탓에 새로운 교사가 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올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특히 작년까지 같이 허리 역할을 담당했던 동료교사 K의 이탈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갔더니 늙다리(?) 빼고 나 밖에 없어. X 됐다."


 새로 전보 간 학교에 인사를 마치자마자 K는 전화를 걸어 푸념했다.


 "아직 다 안 봐서 모르는 거자나."


 "딱 보면 알지. 여기 강남이자나. 아, 삐~ 삐~~~"


 "뭐, 여기선 안 그랬나..."


 어느 학교든 마찬가지다. 젊은 교사들이 부족하다. 신규 때부터 일을 익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교사들 중 상당수가 출산, 육아 휴직에 들어간다. 몇 년 후 그들이 복귀하면 다시 일을 배우고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것은 휴직을 하지 않는 소수의 몇 명이다.


 "뭐 그리 심각해. 뭔 일 있어?"


 K가 수화기 너머로 물었다.


 "연금..."


 "연금이 왜?"


 "얘네들이 내 연금을 줄 수 있을 만큼 일을 잘할까?"


 "뭔 소리여."


 "올해 1학년 수 봤는데 장난 아냐."


 "그래, 꽤 줄었더라."


 "나 퇴직얘네들이 나중에 일해서 세금 낸 거로 연금 받을 텐데. 얘네들이 내 연금 줄 만큼 일 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빵꾸났다는데. 숫자도 얼마 안 되는 애들이..."


 "뭔 XX 같은 멍멍이 소리야. 연금이라니. 너 아직 20년은 해야 돼."


 "야, 이제 우리 20년 안 남았어."


 "정년 연장 안 할 거 같아? 퇴직, 아직 멀었어."


 "애들이 없는데 자리는 있을까?"


 "아, 넌 잘리겠다. 너 대졸 이자나. 흐흐흐. 대학원 얼렁 가라."


 "이 나이에 무슨 대학원이야."


 "잘리기 싫으면 뭐라도 해야지. 운동장 잡초라도 뽑든지, 크크크."


 "아, XX 잘 가르쳐야겠다. 얘네들이 내 밥줄이네."


 "개소리 그만하고 일로 넘어와. 오늘 한 잔 하자."


  "내가 요새 책 좀 보거든? 부자가 될라면..."


 뚝. 전화가 끊겼다.


 어제 P가 읽은 부자 되기 책에서 돈을 따로 벌 생각보다는 있는 것 아끼고 필요 없는 지출 줄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래를 보고 저축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했다.


 현재 P의 유일한 노후 대책은 연금뿐이다. 현재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는 아이들 교육비도 버겁다. 타고난 금수저도 아니니...


 갑자기 월급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매체에서는 억대 연봉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이 직업으로는 퇴직할 때까지 억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금이 줄어들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오늘 확 줄어든 아이들 수를 보니 연금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을지, 그 자체에도 의심이 든다.


 더욱 월급 아껴야 할 것 같은데 강남으로 넘어오란다. P는 K보고 강북으로 다시 건너오라고 하고 싶어졌다. 

 

띠링.


'[네이버 지도]
XX맥주 강남점
서울 강남구 XX대로 12길 34
https://naver.me/....'


 이미 톡이 와있다. 쪼그라들 아니 못 받을 수도 있을 연금과 현재 통장의 마이너스 잔액을 생각하니 오늘 술값이 좀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퇴직한 선배 교사가 퇴직 후 연금으로 350을 받으면서도 그전 선배들보다 조금 줄어 아쉽다고 했는데 이젠 그보다 더 내고 미래 노동력 부족으로 훨씬 덜 받게 생겼다.


 '일도 더 많이 하는데...'


 P는 갑자기 짜증이 다. 술맛이 오늘은 꽤나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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