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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Oct 03. 2024

8화. 대학생과 병역

현재도 그러겠지만 1980년대 후반에도 대학 재학 중인 남학생의 경우에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병역의 의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였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부분의 저학년 학우들은 휴학하고 군에 입대를 할 것인지 아니면 휴학하지 않고 계속 공부해서 대학원에 진학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와 같은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학우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학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 대학원을 졸업한다 하더라도 병역특례업체에 입사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고 입사하더라도 5년 동안이나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수의 학우들은 2학년을 마치고 현역병이나 방위병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일부 1학년 때나 3학년 때 군대를 가는 학우들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고학년이 수록 함께 수업 듣는 학우들이 바뀌었다. 1학년 때에는 함께 수업 듣는 학우들이 두세 명을 제외하고 동기들이었지만, 3학년에 복학했을 때는 여러 학번의 학우들이 섞여 있었다.


2학년이 되었을 때 학우들은 가끔씩 이런 질문을 했다.


"군대 언제 가니?"


이미 군에 입대한 학우들이 한두 명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은 아직 신체검사도 받지 않았다.


"나 군대 면제야. 신검(신체검사) 받았는데 면제래"


한 학우가 자기는 군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학우들이 부러워했다. 신체검사에서 군대 면제받으면 해마다 민방위훈련만 받으면 되었다. 민방위훈련은 군대 면제나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장에서 출석체크 후 정신교육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장에 모아놓고 출석체크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군부대의 강도 높은 훈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뭘. 군대 가는 게 정상이지. 나처럼 면제받으면 취업할 때 불리해"


입사지원서에 병역에 대해 적는 란이 있었다. 대기업 입사면접을 볼 때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병역사항을 보고 방위병이나 군 면제자로 기재되어 있으면 이유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저체중, 고도비만, 난청, 약시, 과거 병력 등 방위병이나 군 면제였던 지원자에게 회사 면접관들은 현역병으로 갔다 온 지원자보다 좋게 볼리가 없었다.


'군대 언제 가니'라는 말은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동기들과 군대를 갔다와 복학한 선배들이 가끔씩 물어보는 말이었다. 그런데 선배들만 하는 말이 있었다.


"남자가 남자다워지려면 군대 갔다 와야 해"

"군대 가서 고생해 봐야 정신 좀 차릴 걸"


선배들은 아직 군대 갔다 오지 않은 후배가 눈치 없이 느릿느릿 동작을 한다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이러한 말을 하곤 했다.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었었다.


'과연 군대 가면 남자다워질 수 있을까? 남자답다는 것이 뭐지?'

'군대 갔다 오면 정신 좀 차려서 달라질 수 있을까?'


군대를 갔다 오고 3학년에 복학을 하니 휴학하지 않고 3학년이 된 두 학번 밑인 후배들과 수업을 함께 듣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 건 내가 방위병으로 1년 6개월만 군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함께 듣게 된 학우들 중에는 방위병으로 군대 갔다 온 동기들도 있었다.


"그대로네. 달라진 게 없는 걸"


동기들과 2년 만에 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과 서로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들의 모습은 군 입대 전인 2학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들에게 군 생활의 경험만 쌓였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군대 갔다 온 모든 학우들이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학우들 중에는 군대 갔다 오기 전후로 언행이 많이 달라진 학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였다.


그들은 아직 군대 갔다 오지 않은 후배들에게 자신들이 '예비역'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군대 갔다 오지 않은 후배들과 대화를 할 때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이 경험했던 수개월 전의 군 생활을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군대에서 고생했던 것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선배들과 똑같았다. 그들에게 버릇없이 대하거나 이기적으로 보이는 후배들을 보면 중얼거렸다.


"저 친구 군대 좀 갔다 와야겠는 걸. 그래야 정신 차리지"


그들도 후배 앞에서 선배가 되어 보니 선배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내 동기들을 보면 군대 갔다 와도 군대 가기 전의 모습과 언행에 별 차이가 없던데 왜 선배가 되면 이런 말들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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