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이란 같은 학교 출신의 사람들끼리 맺고 있는 인연을 말한다. 나는 회사 다닐 때 업무를 위해 학연을 활용한 적이 있었다. 20대 후반, 대기업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는 학연이라는 것이 뭐 그리 필요할까 생각했다. 대기업에서 부장이나 임원이 연줄을 통해 승진하려고 할 때나 학연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4년 전 중견기업을 퇴사할 때까지만 해도 학연을 활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업무를 위해 자의 반 타의 반 학연을 활용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7년 전,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근무할 때였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3D프린터를 제조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직원 수가 열명도 안 되는 영세한 규모의 회사였다.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 중 한 분야로서 내가 잘 알지는 못하는 분야지만 연구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기획업무였다. 3D프린팅 장비를 개발하거나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자료를 조사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의 기획업무를 하는 것이 적당했다. 그런데 회사가 소(小)기업이라서 그런지 매출 올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장님은 직원들 월급 주는 것을 고민하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서 생각해 낸 것이 정부기관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정부기관의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사업비 중에서 인건비를 책정하여 직원들의 월급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공동연구기관이 필요했다. 내가 사업신청을 위한 실무 담당을 하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홈페이지에 공지된 연구개발사업들을 검색하여 신청할만한 사업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공동으로 함께 사업을 기획할 기관들도 물색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소기업인 우리 회사를 홍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사업을 함께 할 연구기관 책임자를 어떻게 섭외하지?'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때 생각난 것이 학연을 활용하여 연락하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함께 공부했던 선후배들, 고등학교 친구들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문회 주소록을 뒤적였다. 대학교에 재직 중인 동문들은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회사나 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동문들은 이메일을 찾아보거나 회사에 직접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이러한 방법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학창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동문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통화하는데 그다지 막힘이 없었다. 오랜만의 연락이지만 대부분 반가워했다. 핸드폰 번호를 모르는 경우에는 먼저 이메일로 안부를 전했고 이후에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어 통화했다. 내가 그들에게 연락한 주목적은 연구개발사업과 회사 홍보 등의 비즈니스 문제였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연락했음에도 그들에게서 별다른 거부 반응이 없는 듯 했다.
동문들을 회사 경영진에게 소개해 주었다. 사업기획 실무담당자이지만 3D프린팅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은 나 대신에 회사 임원 중에서 3D프린팅을 잘 알고 있는 K전무가 있었다. 회사 대표와 K전무는 그들에게 신청하고자 하는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업을 함께 기획하여 신청하자고 권유했다. 이렇듯 학연을 활용하여 근무하던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