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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입사기

신입 보험설계사가 되다

by 선명이와 지덕이

PC 모니터를 응시하며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직원들.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는 직원들. 이런 분위기는 내가 2년 전까지 근무했던 회사들의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회사생활을 제조회사의 개발팀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지라 회사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면 위와 같은 분위기가 연상되었다. 최근에 나는 보험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현재 다니고 있는 보험회사는 과거에 다녔던 제조회사들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내가 보험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알고 지내는 지인이 보험설계사가 되면서부터다. 그는 H보험회사에서 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설계사 시험에 합격하여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보험영업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식사 한 번 같이하자고 말했다.


"선명 씨. 우리 보험회사에 놀러 오세요. 식사 한 번 같이 해요"


약속일이 되어서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일하고 있는 보험회사에 갔다. 그는 나를 보자 식사하기 전에 잠시 지점장을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가 예전에 보험영업의 장점을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보험영업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활동할 때 교통비, 식비와 커피 값 정도만 필요할 뿐 돈을 별로 쓸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점장과 사업부장을 연이어 만나 면담을 했다.


이렇게 시작된 H보험회사와의 인연. 회사가 보험설계사가 되려는 사람들을 매월 모집해서 교육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는 교육기간 동안 매일 교육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설계사 시험응시료도 지원해주고 있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짜라고 생각하겠지만 회사는 공짜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 같았다.


보험설계사가 되어 입사하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았다. 보험설계사의 급여는 환산실적에 의해 차등지급된다. 환산실적이란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했을 때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한 점수를 말한다. 고객에게 보험가입을 시키면 시킬수록 환산실적이 올라가 월급을 많이 받게 된다.


"설계사가 되면 환산실적 60점을 달성하셔야 해요. 그래야 2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어요"


보험설계사 시험 준비반의 코칭강사가 말했다. 보험설계사가 되면 매월 보험가입 실적을 올려야 할 텐데 말주변 없는 내가 초면인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개척영업'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지인들을 상대로 하는 '지인영업'이나 나 스스로 고객이 되어 가입하는 '자기계약'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지점장은 신입 보험설계사들이 실적에 대한 부담을 덜을 수 있도록 회사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여 보험설계사 신입교육과정을 3개월 동안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H보험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 강당에 모여 합동조회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 내가 다녔던 제조회사들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그 제조회사들은 조회시간에 직원들이 강당에 모여 앉아 사장님이 하는 연설을 듣고 외부 초청강사를 통해 특강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H보험회사의 조회시간은 그 회사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강당에는 백 명이 넘는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 지점의 직원들과 설계사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라서 사람들이 많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사회자의 진행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어릴 적 하던 007빵과 비슷한 게임이었다. 강당의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게임이 끝난 후 초청강사가 최신 보험동향과 상품에 대한 특강을 했다. 흥미로운 순서는 마지막에 하는 신입설계사 소개와 시상식이었다.


시상식은 행진곡풍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강당의 스크린에 시상자들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시작되었다. 신인루키상, 아너스상, 우수 지점상 등 시상하는 종목이 꽤 다양했다. 시상자들은 소감을 통해서 기쁨과 미래의 각오를 말했다. 며칠 전 모 직원이 회사가 시상식을 종종 하는 이유로 영업을 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시상식 후에는 행운권 추첨시간도 있었다.


IT업종의 회사에서만 근무해 왔던 내가 보험회사에 입사하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가끔은 보험회사처럼 영업이 주력인 회사의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할 때가 있었다. 또한 지금껏 경험했던 직업과 전혀 다른 직업을 경험한다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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