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부분의 자격증이 장롱자격증이다

by 선명이와 지덕이

집 안의 장롱 속에 깊숙이 처박아 놓은 것처럼 사용하지 않는 면허증을 장롱면허증이라고 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증의 경우에 따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장릉면허증이라고 할 수 있다. 면허증이 아닌 다른 자격증의 경우에도 장롱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따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자격증을 장롱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5년 전부터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자격증을 땄다. 그런데 취득한 자격증 대부분은 현재 활용하지 않고 있다. 비유하자면 장롱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자격증을 따면 미래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나름 공부해서 자격증들을 땄지만 대부분 활용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14년 전 IT서비스 회사를 퇴사하고 난 후 한동안 취업하지 않았다. 동종업계 회사에 다시 취업하면 얼마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미래에 전망 있어 보이는 국가자격증을 따서 노후를 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원이나 직업학교를 다니며 공부하여 여러 가지 국가자격증을 따려고 했다.


십여 가지 자격증 시험에서 불합격했지만 일부 자격증 시험은 합격했다. 그것들은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했던 자격증이었다. 주로 바리스타, 재난안전지도사와 같은 민간자격증이지만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GTQ2급(포토샵)과 같은 국가공인자격증도 있다. 그런데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미로 따나요?"


아내는 내가 새로운 자격증을 따겠다고 하면 시간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곤 했다. 자격증을 따더라도 장롱 속에 또다시 처박아 놓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자격증 취득하기가 취미는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민간자격증 포함해 활용하지 않는 자격증이 대부분이다.


구체적 계획 없이 딴 자격증은 별다른 활용 없이 남에게 보여주기식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도 따놓고 나니 간간히 수입을 얻기 위해 효자 노릇하는 자격증이 생겼다. 이 자격증으로 관련 사이트의 인력 풀에 등록해 놓으니 가끔씩 심사나 평가위원을 하라고 연락이 오고 있다. 내가 관심 있는 IT분야 교육도 신청해서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취득한 대부분의 자격증을 직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서랍 속에 간직하고만 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자격증을 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험감독관과 수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