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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Apr 24. 2024

벚꽃 구경과 화개장터

나는 초등학생 시절까지 벚꽃에 대한 별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벚꽃을 봤지만 어려서 기억이 안 나는 것일 수도 있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종종 벚꽃 그림을 가리켜 사쿠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쿠라는 벚꽃의 일본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친척이나 친구들과 고스톱을 칠 때면 벚꽃 그림이 있는 화투패를 가리켜며 사쿠라라고 말하곤 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초등학교를 다녀서 일본말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고등학생 시절, 우리 학교에는 꽃나무가 많이 있었다. 3월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꽃이 분홍색과 노란색으로 학교 교내를 물들였다. 4월에는 벚꽃이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특히 학교 정문을 지나다 보면 담장 옆으로 늘어서 있는 벚꽃을 볼 수 있었다. 주말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활짝 핀 벚꽃을 보러 교내에 들어와 벚꽃을 배경 삼아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집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주말에 우리 부모님은 벚꽃 구경을 가자며 우리 학교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내가 청년이 되니 벚꽃 구경을 하러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 여의도에 벚꽃 축제를 한다고 하여 교회 청년들과 여의도 윤중로에 가본 적이 있었다. 벚꽃 축제에 몰려든 인파로 주변이 복잡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는 들고 온 필름 카메라와 편의점에서 산 1회용 필름 카메라로 풍경을 찍었다.


방위병으로 군 생활할 때는 친구들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벚꽃 구경을 갔다. 방위병은 집에서 근무지로 출퇴근을 했다. 방위병이라서 좋았던 점은 공휴일을 포함한 휴일에는 근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휴일 야간에 어린이대공원에 구경 갔는데, 역시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았다. 


결혼을 하니 벚꽃을 구경하러 더욱 멀리 갔다. 수년 전에 아내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십리벚꽃길이라는 벚꽃 명소가 있는데, 이곳을 구경하러 가자고 말했다. 십리벚꽃길은 축제기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고 도로가 협소하여 병목(Bottleneck) 현상으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자동차들이 몸살을 앓았다.


십리벚꽃길 근처는 관광과 숙박하기에 좋은 곳 같았다. 지리산 산나물들이 다양하게 제공되는 한식 맛집들이 있고 쌍계사라는 유명한 사찰이 있었다. 벚꽃길을 따라 계속 내려와서 다리를 건너니 재래시장이 있었다. 재래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입구에 재래시장의 명칭이 화개장터라고 적혀 있었다. 화개장터의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형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수 조영남 동상이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중략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받는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언제던가 KBS 6시 내고향 프로그램에서 화개장터와 조영남의 노래를 시청한 적이 있었다. 이곳은 경상남도 하동군에 있지만 하동읍내 보다 전라남도 구례군에 있는 구례읍내가 더 가까운 곳이다. 올해 3월 말에도 아내와 이곳에 다녀왔다. 지리산 산나물 맛집들과 하얀색의 벚꽃들. 울창한 산속에 위치한 수백 년 된 불교 사원 쌍계사와 화개장터. 나에게는 일석삼조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십리벚꽃길 야간 영상인데요. 스마트폰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벚꽃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음악: 흥타령(남도민요) / 노래: 임상래)

https://www.youtube.com/watch?v=xUKKARY9uUM&t=5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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