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밤>, 안경미
보름달 뜬 까만 밤 아래
뒷산에 서 있는 ‘검은 입’은 나의 사춘기
희미한 피리 소리에 이끌려
그곳에 내가 들어간 줄도 몰랐다
왠지 달빛이 마음을 간지럽히고
수많은 가면이 눈을 가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덜 자란 영혼
손에 쥔 가면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잘못 고른 가면을 쓰고는
네 앞에 서서 왜 나를 몰라 주냐고
몇 번이나 울었던지
바꾸고 바꾸고 또 바꿔도
좁혀지지 않는 간극
오늘에 찾을까 내일에야 찾을까
아직도 ‘검은 입’ 앞에서 서성이는
여전히 덜 자란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