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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아내가 죽었다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by 소중담

아내가 죽었다.

젊디 젊은 서른다섯.


카톡으로 온 부고장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잠결에 잘못 본 건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도 틀림없이 그 아이의 메시지였다.

아이라고 하지만 37살의 엄연한 성인.

나는 약 15년 전, 갓 대학생이 되었던 그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아이라 부른다.

나를 각별하게 따랐던 아이. 어린아이 같이 순진무구하고 깨끗했던 아이. 수줍게 웃으며 나를 존경한다 말해주었던 아이.


"얼마나 힘들었어."

장례식장에서 그를 보았을 때 무심코 이렇게 말이 나왔다.

얼굴을 보는 순간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일그러지는 얼굴.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당장에라도 울 것만 같은 그의 얼굴을 보며 내 음성도 떨렸다.

"어휴, 얼마나 힘들었어."

그를 안으며 손으로 등을 쓸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내 터지는 통곡과 오열.

그 아픔만큼이나 나를 세게 끌어안는 그의 품을 느끼며 내 슬픔도 그만큼 커졌다.

그렇게 한동안 끌어안고 같이 울면서 떠난 이를 애도했다.


나는 그의 아내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카톡 프사(프로필 사진)로만 보았던 그의 반쪽은 하나도 악한 구석이 없는 듯 순하고 착해 보였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 잘 만났네. 이뿌고 행복하게 살아라.'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잘 살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하늘은 왜 그렇게 착하고 선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모진 일을 겪게 하는지.

'얼마나 힘들었어.'

그렇게 과거로만 끝날 일이 아니기에 더욱 막막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도, 그리고 36개월 된 갓난아이를 혼자서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야 할 앞날은 어떻게 하나.


아내가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고 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는데 양수가 혈관으로 들어가 심장이 멈추었다고.

그런 일도 있나?

아기도 위험하다고 한다.

잘못하면 아기의 장례도 봐야 할지 모른다고 하니, 그의 정신이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오가는 길에 '케데헌(K-pop 데몬 헌터스)' 헌트릭스의 'Golden'을 들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10년의 세월을 투자했지만 데뷔조차 못하고 다만 곡을 만들어주면서 이름 없이 살았던 한 사람이,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빛을 보게 된 이야기.

Ejae(이재)의 삶은 고단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감동과 힘을 준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까?

모든 기대와 희망이 사라진 듯한 좌절과 절망, 그리고 환멸의 시간, 성공한 동기와 후배를 바라보며 느꼈을 부러움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 등.

그는 내가 다 알지 못할 고통 속에서도 마침내 빛 나는 삶을 만들어냈다.


그도 그렇게 되기를.

지금은 감히 내가 무슨 말로 위로할 수도, 힘이 될 수도 없는 시련의 시간이지만, 잘 이겨내고 원하는 삶을 이루어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너의 인생.

어린아이 같이 밝게 웃던 너의 얼굴 간직하기를.

힘든 인고의 시간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견고한 심성을 갖추기를.

그리고...

다만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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