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에서 이적요 시인의 대사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늙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고 크게 서러워할 필요도 반대로 젊음을 무작정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깊게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죽음은 공평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과정과 그 결과의 허례허식이 불공평한 것이겠지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그 죽음의 과정이 힘들고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그들의 삶과 밀접하지만 밀접하지 않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그들을 대하고 치료하는 일들이지만 나와는 동떨어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시술하다 보면 가끔 환자가 툭 하고 던지는 말이나 큰 의미를 두지 않은 행동에 적잖게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무덤덤하게 반복되는 나의 행동과 환자의 일상의 어긋남이 만난다는 것을 깨닫는 때입니다. 이제 의사가 된 지 고작 10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순간에 나의 감정적 소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가끔 있었습니다.
이번 수필은 그러한 고뇌의 시발점이 되었던 사건 중 하나를 주제로 솔직한 마음으로 썼던 글입니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글을 읽고 과분한 결과를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열어주신 청년의사와 한미약품에 감사드립니다. 프로 바둑 기사의 ‘복기‘처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수필을 작성하며 저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병원의 일상의 굴레 속에서 가끔은 멈춰 서서 일상 ’복기’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는 양가 가족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글의 제목을 암 환자의 군가에서 유방암 환자의 군가로 바꾸라며 화룡점정을 찍어준 아내와 장난꾸러기 사랑하는 아들 건우에게 마음 깊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배경 출처: 영화 <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