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에 보상을 받고 싶어

[퇴사일기 2]

by eslin

"H야, 나는 내 삶에 보상을 받고 싶은 것 같아"


퇴사하고 오랜만에 친구 H를 만났다.

H는 내 몇 없는 친구 중 하나로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부류의 솔직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중 H는 비꼬는 마음 없이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오는 솔직함을 표현하는 친구다. 남 눈치 잘 보고, 표현에 서툰 나에게는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H와 퇴사를 결심한 이유와 퇴사 후 삶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문득 내가 왜 대기업, 큰 회사에 집착하는지 알게 되었다. 재취준의 힘듦을 토로하면서 나는 'H야, 나는 내 삶에 보상을 받고 싶은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내 입밖에 나온 순간, '아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다.


혹독한 입시 생활을 지나 나이에 맞게 사회가 정한 암묵적인 틀에 맞게 살아온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내 삶에 보상을 받고 싶은 거였다. 여기서 보상이라 함은 큰 기업에 들어가 그럴듯한 복지와 연봉을 받는 삶 말이다. 누군가는 '모두가 그렇게 살아왔어'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도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왔는데? 난 왜 대기업에 못 가지?'라는 어쩌면 정말 답이 없는 생각에 못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큰 기업도 다 똑같아 워라밸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라고 하지만 나는 그럴지라도 '경험' 해보고 싶은 거다. 들어간 지 한 달도 안돼서 금방 뛰쳐나오더라도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 가져보지 못한 부분들을 보상이라는 핑계 삼아 도전해보고 싶은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나의 욕심이라는 것도, 언젠간 이 욕심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항상 헛헛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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