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았다.
5월 넷째 주 토요일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집을 나서는데 긴팔을 입었음에도 날씨가 꽤나 춥다. 금요일에는 날씨가 더웠던 것 같은데 토요일은 나의 예측이 엇나갔다. 북어국과 물김치를 리필해서 먹을 정도로 아침을 저녁처럼 먹고, 오픈런해서 머리를 자르고 약속장소에서 아이들과 만났다. 점심은 수제비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1시간 내내 어린아이가 칭얼대 소음에 약한 나는 잠이 자꾸 깬 가운데 집으로 왔다.
미루고 미뤘던 에어컨 청소날은 오늘이었다.
다음날 일요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한의원에 아르바이트를 다녀오고 아침 대용으로 말차라떼를 먹고 집으로 와서 빨래를 돌리고,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수박고르는 법에 진심인 나는 수박을 하나씩 두드려보고 샀는데 수박이 달기는 했으나 씨가 많았고, 많이 익었다. 나의 수박고르기 점수는 10점만점에 8점이다. 나는 정갈하지 않은 네모로 수박커팅을 해 두어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집안의 온도가 27도가 넘어 더위가 다가옴을 느꼈고 미루고 미루던 에어컨 청소를 오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에어컨은 시스템 에어컨으로 집에 에어컨이 총 다섯 대라 에어콘이 오래되어, 외주 청소를 맡기려고 견적을 받아 보았다. 스탠드에어컨은 한 대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시스템어어컨은 다섯 대의 에어컨 청소 비용이 발생하여 전세 사는데 굳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년 에어컨 내부팬 롤러와 세척가능한 필터를 내 손으로 닦아낸다. 그런데 이 작업도 만만치 않다. 닦은 필터 말리고 그동안에 의자를 옮겨가며 천정을 향해서 에어컨 내부의 먼지를 최대한 닦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펜 롤러는 한 손은 롤러 돌리고 한 손은 송곳으로 물티슈를 돌돌 말아 하나씩 닦아내는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린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아르바이트하고, 장보고, 수박 썰고, 빨래 돌리고 널고, 밀린 설거지하고, 에어컨 청소까지 하니 오후 3시가 되었다.
둘째 아들은 심심해한다.
나의 4학년 시절.. 아버지가 놀아주지는 않았었고, 어머니는 주말에 내가 도서관에 가기를 원하였고 동생도 나와 같이 놀지는 않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내가 정말 할 게 없어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그 상황은 나에게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내 힘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심해하는 아들을 보니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그걸 마주하는 시간은 꽤나 길었다.
둘째 아들이 지속적으로 "심심해"라고 하면서 짜증을 내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렸을 적 그 장면이 상기되면서 나는 아이를 위해 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을 보고, 당시 외로운 시간을 견뎌낸 나 자신을 마주하니 그 소외감에 괴로웠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뭐라고 하려고 했으나 "왜 나의 괴로움을 아이에게 투사시켜", "거울같은 아들의 저런 모습이 보기 싫지만 내가 진정하는 게 우선이야"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까지 그런 감정을 내보여서 내 마음은 좋지 않았다.
둘째 아들이 진정되고 나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내가 너무 바빠서 에어컨 청소 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다음 주부터는 "일단 나가서, 날이 너무 더우면 카페에 가서 쉬었다 오기라도 하자"라고 하니 둘째 아들은 "알겠다"라고 한다.
내가 불편한 자신의 외로운 시간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아들아, 아들도 아빠처럼 자신의 외로운 시간이 불편하겠지만 앞으로 아빠가 둘째 아들의 외로움을 조금은 줄여보도록 할게.. 많이는 못 줄여줄 거 같아.. 네가 극복해야 할 몫도 있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