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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Jul 15. 2024

방학을 앞두고

171일 차.

24일, 그러니까 다음 주 수요일은 여름방학식을 하는 날입니다. 방학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거의 제대 말년 병장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풀어질 대로 풀어져 어지간한 통제 따위는 먹히지 않습니다. 한 번씩 입 바른 소리를 하면 다 됐는데 뭘 그렇게까지 까다롭게 구느냐는 식으로 행동하곤 합니다.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걸 알지만, 25년 동안 변함없는 모습이었으니 이젠 그러려니 여깁니다.


전 방학이 되어도 마냥 출근하지 않고 집에만 있진 않습니다. 1주일에 2~3일 정도 학교에 갑니다. 그건 현직에 나왔던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하루도 출근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그렇게 해왔듯 저 역시 장기간 해외여행을 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제겐 해당사항이 없는 일입니다. 굳이 어딜 가고 싶다면 혼자서 국내 여행을, 그것도 당일치기로 두 번 정도 갔다 오는 게 전부입니다.


사실 방학 때는 출근해도 아이들이 없는 관계로 비교적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게 가능하단 얘기입니다. 혼자서 조용히 2학기 준비를 미리 할 수도 있습니다. 1학기 때에는 하지 않았던 어떤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해오던 일이 추가되었습니다. 시설도 양호한 편인 데다 이용객 수도 많지 않아 틈틈이 애용하는 관내 공공도서관에 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입니다.


일단 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다음 날부터 닷새 동안 계절학기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합니다. 반 아이들 중 다섯 명과 함께 일종의 보충 학습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9시부터 12시 10분까지 진행하는 본 프로그램에선 네 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됩니다.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산책, 그리고 4교시 수학 보드 게임 등으로 진행합니다. 조금 특이한 게 있다면 아마 3교시의 '산책'일 겁니다. 어설프게나마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가 했던 것처럼 40분 동안 학교 인근을 산책하면서 공부, 인생, 자신의 고민거리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계절학기제가 끝나면 교무실 비상 대기 근무일이 하루 있습니다. 그 외에는 자율적으로 출근하는 날인데, 이번 방학 때는 그냥 공공도서관으로 가서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집에서 오롯이 휴식을 가질 수 있는 날은 9일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학 때마다 늘 제가 했던 특별 과제를 이번에도 해야 합니다. 아직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지난 겨울방학 때의 저만의 특별 과제는 '단편소설 세 편 쓰기'였습니다. 만족스럽진 않으나 그나마 두 편은 썼으니 어느 정도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했던 셈입니다. 이번 방학 때의 특별 과제로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긴 합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얼른 결정할 계획입니다. 하루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사뭇 기대되는 방학입니다. 조금 더 나은 제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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