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을 타면서 인생을 배우다.

속도보다는 방향

by 안녕그린

서울 지하철은 참 불친절하다.


1. 내가 현재 어느 역을 지나고 있는지 지하철 내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지하철을 타고 있지만 해당 역에 정차를 하기 전까지는 오로지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여야만 내가 어느 역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호선이 지나는 역이 모두 표시되는 노선표에 내가 현재 지나가는 역의 위치를 표시해 준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2. 어느 방면으로 가야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역 확인이 불편하다.

이게 무슨 말이냐, 서울에서 지하철을 환승하다 보면 종종 '바로 다음 정류장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A-b-c-d-E 순서로 역이 지나가는데 나는 c역에 있고 b역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c역에서 b역으로 가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표시해 주면 되지 않나?

하지만 대부분의 지하철은 바로 b역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메인 역인 A역의 정보만 알려준다는 것이다.


잘 이해가 안 가는가? 1호선을 생각해 보자.

1호선에는 서울역이라는 메인 정류장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대부분의 역에서

'이 쪽 방향으로 가면 서울역으로 간다'는 정보는 확인할 수 있지만

'녹천으로 간다'는 정보는 확인이 안 되는 것이다.

그냥 기준 역을 기점으로 바로 직전역과 다음 역 정보만 표기해 줘도 훨씬 방면을 찾기 쉬울 텐데.


한국인인 나도 이렇게 헷갈리니 외국인은 오죽할까.

실제로 나의 프랑스 친구도 서울 지하철은 표시가 불친절하다고 나에게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혹시 관련해서 지하철 방면을 잘 찾는 꿑팁이 있다면 나에게 알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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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졌다.

지하철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얼마 전 내가 서울 지하철을 타면서 생각한

나름의 인생의 진리가 있어 한 번 공유해보려고 한다.

(마침 내가 받아보는 뉴스레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종종 들어본 적이 있었다.

무작정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웃기게도 나는 이 말을 서울에서 지하철을 환승하며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지하철이 아니라 기차를 잘못 탄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때문에 횡단보도도 앞에서 불이 바뀌면 꼭 뛰어서 이번 차례에 건너야 하고,

지하철도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면 미친 듯이 달려서 꼭 이번에 도착하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이런 성격을 가진 나에게 서울 지하철을 상당히 곤란했다.


첫째, 급행과 일반 열차가 구분된다.

둘 다 가는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그 속도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나는 주로 급행열차를 이용하는데, 도착한 열차가 급행인지 일반인지 구분도 하지 않고

서둘러 탑승했다가 한 번 기다려서 다음번 급행열차를 타는 것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한 경험이 있다.


둘째, 같은 호선에도 여러 가지 방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1호선이 생각난다. 인천으로 가는 1호선이 있고, 수원 쪽으로 지나가는 1호선이 있다.

(아마 다른 방면도 더 있는 걸로 앎)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탑승했다가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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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자 어떤가.

이제 좀 공감이 되는가?

최근 나는 지하철을 타고, 또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방향이 올바르지 못한데 속도를 내는 것이 무엇이 중요할까.


동시에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점검, 그리고 선택이 중요하다는 레터에서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를 보는 사람이었다.

숲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했지만 그 방법을 몰라 몇 년을 나무만 보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횡단보도와 지하철 앞에서 뛰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그 시작이 될지 모르겠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빨리 가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원하던 방향으로 가는 것.


지하철을 타면서 인생의 진리를 배운다.

내가 숲을 볼 수 있도록 조언을 주는 사람 중 한 명,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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