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신뢰, 진실
문득 영화 '완벽한 타인'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어머니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시청을 시작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이 영화를 보고 느낀 내 감정은 동일했다.
'혼란'
'진실이지만 쓴 빨간 약'과 '거짓이지만 달콤한 파란 약' 중 과연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영화의 후반부에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거짓이 더욱 달콤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찜찜해졌다.
사람들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산다.
자기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마저도 거짓말을 하는 게 바로 인간이라지.
문득 나는 거짓이지만 달콤한 파란 약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에서야 진실이 너무나 파국을 향하는 내용뿐이었지만
꼭 그런 중요한 진실이 아니라면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
정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어쩌면 나는 나 자신도 철저하게 속여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완벽한 타인에서 세경이 말하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남편의 바람 사실을 알게 되고 변기를 붙잡고 토를 하며
'난 원래 결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도 갖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혼자서 성공하고 누리고 살고 싶었는데..'
(정확한 대사 워딩은 아니니 오해는 말자.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았다)
문득 세경의 대사를 보며 지금은 나는 어떠한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의 나는 나를 닮은 딸아이도 갖고 싶고, 결혼도 해서 알콩달콩 살고 싶은 사람이다.
마치 위의 사진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를 아껴주는 부부가 되고 싶고
또 그런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러나 2~3년 전의 나는 결혼도 딱히 생각이 없었고, 아이는 절대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내 생각이 이렇게 급격히 변화한 데는 물론 내 의지도 있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연인의 영향도 큰 것이 사실이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현재의 내 생각,
즉 결혼해서 딸아이를 갖고 싶다는 내 소망은 오롯이 나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나에게 세경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과연 세경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가 나의 의지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생각일까.
늘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고 믿는 나이기에
완벽한 타인에서 세경의 대사를 자꾸만 곱씹어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책임이 될 어떤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더욱더 나와 많은 대화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