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를 썬 애호박 조각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장마가 끝난 듯싶더니,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금세 찾아왔다. 한낮의 부엌은 찜질방 같고, 뜨거운 불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땀이 배어든다. 이런 날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도 기어코 '집밥'을 완성하는 것은, 가족을 향한 의지의 발현이자 나아가 엄두를 내는 용기가 담뿍 담겨있는 일!
상시로 쟁여두는 애호박을 꺼냈다. ‘이걸로 뭘 해볼까.’ 여름 부엌에서의 고민은 언제나 길지 않고, 길어서도 안된다, 더워서. 찰나의 판단을 믿고 반으로 숭덩 잘랐다.
이 애호박은 참으로 착한 식재료인데, 자극적인 맛없이 다른 재료들과 잘 어우러지고, 짧은 조리로도 멋진 맛을 낼 수 있다. 여름철 특히 중요한 '효율'에 부합하는 최적의 재료. 가급적 짧게, 땀은 적게, 한 번 만들면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그래서 반 가른 애호박으로 만드는 ‘매콤 애호박볶음’이 오늘의 정답이다.
애호박을 너무 얇지 않게 도톰하게 채 썬다. 살짝 굵직해야 볶았을 때 물러지지 않고 아삭함이 남는다. 양파도 채 썰어 준비하고 대파도 송송 썰어둔다. 준비는 여기까지. 이미 더워진 부엌에서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팬을 달구고 들기름을 두른 뒤 다진 마늘과 함께 양파와 대파를 볶는다.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애호박을 투하하고 휘리릭 볶는다. 숨이 점차로 죽어 연해지기 시작하면 고춧가루와 요리에센스 연두를 넣어 팬 속에서 노릇한 연둣빛을 붉게 물들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찬물 한 잔 들고 선풍기 앞에 앉으면, 짧은 고생 끝에 여름의 반찬 뚝딱 끝. 매콤 애호박볶음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더 좋은 건 ‘두루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찌개에 넣으면 국물에 깊이가 생기고, 김밥 속에 넣으면 심심한 오이 대신 감칠맛을 더해준다. 국수 위에 고명으로 올리면 땀 식은 날 점심 한 그릇이 금세 완성된다. 삶은 감자나 두부에 얹어도 조합이 좋고, 밥 위에 얹어 계란프라이나 김 한 장 곁들이면, 혼밥마저 즐거워지는 덮밥도 완성.
매번 새 요리를 하지 않아도, 같은 재료로 다르게 즐길 수 있다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나니. 점심 나절 만들어 한 끼, 두 끼, 저녁까지 해결해 보는 오늘의 반찬 <매콤 애호박볶음>.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 여름 주방엔 효율이 필요해, '매콤 애호박볶음' 재료
주재료
애호박 1/2개 (150g)
다진 마늘 0.5스푼 (5g)
부재료
양파 1/4개 (70g)
대파 1/3대 (30g)
들기름 2스푼 (20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진 2스푼 (20g)
굵은 고춧가루 1스푼 (8g)
참기름 1스푼 (10g)
깨 약간
✅ 여름 주방엔 효율이 필요해, '매콤 애호박볶음' 만들기
1. 애호박과 양파는 가늘게 채 썰고, 대파는 송송 썰어요.
2. 팬에 들기름 2스푼을 넣고 다진 마늘과 손질한 대파, 양파를 넣어 중불로 2~3분 정도 볶아주세요.
TIP. 들기름이 없다면 일반 식용유를 사용해도 괜찮아요.
3. 같은 팬에 애호박을 넣고 1~2분간 볶다가 부드럽게 익어갈 때 고춧가루, 연두진을 넣어 잘 섞어요. 불을 끄고 참기름 1스푼과 깨를 넣고 살짝 섞어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