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사 먹기 팍팍해진 덕분에. 장바구니에 몇 가지 담고 나면 금세 5만 원, 10만 원. 손이 다 곱는다. 당장 입에 들어가야 할 것들이 아니라면 "다음에~ 다음에~"를 기약하는 오늘날의 장보기.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안 오른다는 한탄은 실제로 마트를 돌아다녀보면 그건 그냥 팩트.
이런 와중에도 상 위에 올라있어야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바로 김치다. 본판은 상관없이 어떤 종류든, 발효 다 된 고 새초롬한 것이 식탁 위에 놓여야 안심이 된다. 이 비싸기도 비싼 한국인의 필수템, 김치를 곁에 두어야 심리적 안정이 찾아오는 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기에 배춧값만 보면 한숨이 샌다. 11월이 다가오면 곧 시작될 김장 생각에 머리가 다 지끈거리지만, 무려 1년짜리 김치 목숨이 걸린 큰 행사인지라 김장 노동에의 걱정보단 온갖 배춧값 걱정만 한가득.
냉장고 속에 남은 작년 김치는 국 끓여 먹고 찌개로 먹고 볶아 먹고 알뜰하게 다 털었는데, 김장 전까지 시간이 붕- 뜨고 말았네. 그래, 요새는 김치도 다 파는 것들 사 먹는 세상인데! 큰 마음먹고 주문창을 여니 세상에나 포장김치 가격도 만만치가 않구나 새삼 나 혼자 지금껏 딴 세상이었나 보다. 결국 만만한 것은 무. 정석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로 우회하는데.
가을이 익숙해질 즈음 나오는 11월의 무는 정말 맛나다. 무는 부위별(?)로 맛이 조금 다른데, 윗부분(초록색)은 조직이 치밀하고 단맛이 강해 생채 같은 생요리에 어울리고, 땅 속에 박혀있던 무의 아랫부분은 부드럽고 알싸해 푹 익혀먹는 요리에 더 좋다. 특히 기름에 볶다가 물을 부어 '뭇국'을 끓이면 부드러운 감칠맛이 스며 나온다.
저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꽃대가 오르면서 일종의 노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바람 들었다'고도 표현하는 상태로 잘은 구멍이 생겨 질깃하고 푸석한 식감이 느껴지며 신선한 무와 비교했을 때 무게 또한 가볍다. 그래서 냉장 보관할 때는 공기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냉해 방지를 위해 과채칸이나 냉장고 문짝 등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물론, 무를 나눠서 쓸 때의 얘기.
깍두기를 마음먹으면 알찬 무를 한 통 자신있게 쟁여오는데, 바로 '새미네부엌 김치양념' 덕분. 딱 무 하나가 똑 떨어지는 김치양념을 활용해 한 통 크게 다 써본다. 김치양념을 쓰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신선한 무를 버리는 부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고춧가루의 종류와 양을 조절해 집사람들의 입맛에 최대한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에서 나오는 진액이 흥건해지기도 전에 이미 다 먹어치워 바닥을 긁고 있을 정도로 무 하나쯤 뚝딱 끝나고 만다.
어린이 입 크기에 맞춰 무 사이즈도 조절해 잘라주고, 깍두기양념을 부어 1시간 정도를 절인 다음 고춧가루를 뿌려 버물버물 하면 끝. 색 배임이 없는 용기에 담아 실온 숙성했다가 냉장고에 보관도 했다가 먹어야지. 담가둔 깍두기에 공기 접촉을 차단할수록 더 맛난 깍두기가 나온다. 와그작 와그작 달큰한 무 깍두기, 김장 전까지 버티는 우리 집 쉬운 깍두기 만드는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김장 전까지 '깍두기' 재료
주재료
무 1개(작은 것/1kg)
부재료
쪽파 5줄기(30g)
양념
새미네부엌 깍두기양념 1봉(120g)
고춧가루 3스푼(30g)
✅김장 전까지 '깍두기' 만들기
1. 깨끗하게 씻은 무는 껍질을 벗긴 후 두껍게 원형 썰기하고 평평한 면이 아래로 가게 두어 가로, 세로로 4~5 등분씩 깍둑썰기해요.
2. 자른 무에 새미네부엌 깍두기 양념을 넣고 약 1시간 동안 재워요(시간이 없다면 안 재워도 됩니다).
3. 2)에 고춧가루, 한 입 크기로 손질한 쪽파를 넣고 골고루 버무린 다음 보관용기에 담아 1~2일 실온 숙성하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