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2024 공모전 질문 中
매년 열리는 공예, 디자인 관련 공모전 중에 시작한 지는 5년 남짓되었지만 상금규모가 꽤 크고, 대기업 주관 공모전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느낌이다. 지원한 것은 올해 처음이었고, 3월에 작업을 시작해서 제대로 사진도 못 찍고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공모전에 낼 때 명확한 주제와, 간단한 질문이 있는 공모전들이 좋다. 평소에 두루뭉술~하게 생각했던 주제들을 적절한 글자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 대답할 때는 뭔가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비단 공예, 예술, 디자인 분야만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기대감에 지쳤었다. 마치 이제 세상이 바뀔 거니까, 옛날 것들은 다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꼈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데... 왜 ai가 모든 생각을 대신해 주고, 기술이 모든 제작을 대신할 것처럼 이야기할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A보다 나은 B가 등장한다면 A의 점유율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0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A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패드, 탭으로 수업 필기를 하지만 여전히 종이 공책, 종이책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짧은 영상에 사람들이 쏠리지만 여전히 2시간이 넘는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부엌이 없어도 3끼를 다 챙겨 먹을 수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재료를 사서, 집에서 손질하고, 조리해서, 식탁에 음식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떠오르는 A와 줄여나가고 있는B(공예가 저물어간다는 의미는 아니다)가 공존하는 시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두 방식을 지켜보고 기억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예라는 분야도 그렇다. 환경은 계속해서 바뀌고, 그에 따라 공예가 띄는 양상도 조금씩 달라진다. 변화화는 환경 속에서 각자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들은 모두 다르게 분포한다. 제작방식, 결과물의 외형만으로 공예가 맞다. 아니다. 를 따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예의 내일을 이야기하기 전 공예의 과거, 시작이 무엇인가 되돌아본다. 나는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공예의 시작이라고 느낀다. 내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이기에 허투루 만들 수 없어 정성이 담긴 수작업으로 제작을 이어간다. 이때 만들어진 '손으로 만드는 정성'이라는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모든 것을 본인이 제작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어디까지 수작업, 수공예인지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동 기계를 이용해 재료를 재단하고 조립하는 것이 수작업인가? 그렇다면 손으로 도면을 치고 3D 프린터를 작동시켜 형태를 만들고 추가로 작업을 더해서 완성하는 것은 수작업이 아닌가? 공예 = 핸드메이드라는 공식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꼭 손으로 만들어야 공예가 아닌 것처럼. 지금은 더욱이 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이때의 정성은 용도에 맞게 100% 생각하는 것이다. 재료 선택부터 실 사용까지 쓰는 사람을 계속해서 생각해서 공예품을 만든다. 처음부터 "나는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공예품에 담았을 때. 그 정도가 더해져 갔을 때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3d 프린터부터 AI까지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동일 시간 대비 더 많이 생각하고,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작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난 것이 아닌가? 오직 수작업뿐이던 과거에서 기계의 발전으로 제작 시간이 단축되었던 그때처럼. 이제는 다시 한번 다음 단계로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생각들을 할 수 있고, 제작할 수 있는 두 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