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나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대부분 대전에서 보냈고, 대학교 때부터는 지금까지 서울, 홍대신촌에 가깝게 살고 있다. 대전에는 지하철도 1호선이고, 버스도 서울처럼 다양하지 않다. 마포 OO 같은 마을버스가 없다는 점이 좀 크지 않나. 물론 대전도 초록 파랑 빨강 버스도, 가까운 옥천을 가는 버스등이 있긴 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반대 차선에서 오는 버스와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교차할 때, 버스 기사님들은 손을 올려 서로 인사했다. 찰나의 순간인데도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 것이다. 서로 다 알고 계신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하시는 거 보면 관습처럼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어린 시절이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 보니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그때 나는 그게 멋있어 보였다. 전투기 조종사들의 수신호 같달까... 척하고 건네는 인사들이 인상 깊었다.
서울
서울은 뭐 버스도 많다. 경기권에서 오는 버스, 마을버스, 그리고 관광객들이 타고 내리는 버스 등등... 한 정류장에 오고 가는 버스만 해도 엄청나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동교동삼거리 버스 정류장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많이 가는 버스들이 있어 약간의 자부심도 있다.
내가 고찰한 버스에 가장 먼저 타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면
Case 01.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0대 일 경우
바닥에 있는 버스 정차 표시 흰 선을 기준으로 가장 먼 곳에 정차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정류장이 긴 경우 정류장 초입부터 손님들이 한 손을 들면서' 저 탈 거예요 라는 바디랭귀지'를 보내지만, 기사님들은 뒤에 오는 버스를 대비해서 가장 깊게 들어가서 정차하신다고 생각한다(100% 나의 뇌피셜). 그렇기 때문에 가장 뒤쪽에서 자리를 잡고 살포시 손을 들어 '제가 타는 사람 중에 가장 앞에 있어요'를 어필한다 ㅎ
Case 02.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여러 대 쌓인 경우
좀 당연하지만 쌓인 버스들 뒤쪽에 멈춘다. 이 때 정류장 초입인 경우 다시 버스들이 빠지고 앞 쪽에서 멈추니 이제 앞쪽으로 달려 나갈지, 아니면 그냥 서있다가 편하게 탈지 고민해봐야 한다. 멀리 가야 할 경우 열심히 뛰어 선착을 노려보거나, 그냥 포기하고 자리가 있겠거니~ 하고 서있는 방법이 있다.
포항
포항 버스는 꽤 거칠다.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야 하는 어부들이 많아. 바닷가 남자들은 거칠다는 인식이 있다. 포항 버스 기사님들은 어부 출신만 뽑으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진구간 가속력과 코너링이 빠르시다. 항상 포항역에 내려 늦은 시간 가면 드라이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님에게도 좋게 말하면 시니컬 나쁘게 말하면 과격하시다. 실제로 취객이 중얼거리자. 10분 동안 드라이빙을 겸하시면서 높은 언쟁을 교환하셨고, 내가 봤을 때는 취객은 이제 지치셨는데 5분 정도 더 공격하시다. 갑자기 뒷문을 열고 강제 하차 시키셨다. 가끔 타지만 항상 인상 깊은 포항 버스다. ㅎ
TMI: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서울 버스는 272인 것 같다. 집 앞에서도, 학교 앞에서도 탈 수 있고, 종로, 경복궁, 혜화 다 가기 때문이다. 2번째는 7011, 서울역 갈 때 많이 애용했다. 요즘에는 공항철도의 스릴을 알아버려서 빈도가 좀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