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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Dec 22. 2024

밥을 안 사는 사람, 밥을 자주 사는 사람

주변 지인을 보면 밥을 안 사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자주 사는 사람도 있다. 일단, 밥을 안 사는 사람은 본인이 후배든, 동기든, 선배든 얻어먹기만 한다. 선배인데 매번 후배한테 얻어먹는 사람도 있고, 후배라고 당연하다는 듯 얻어먹는 사람도 있다. 동기들 중에서도 얻어먹는 것이 습관이 된 동기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이해를 한다. 그러나 결코 돈이 없지는 않다. 단지, 사지 않을 뿐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 개인적으로는 돈을 많이 쓴다. 옷도 사 입고, 취미활동에도 돈을 많이 쓴다. 그러나 남에게는 밥이나 술을 사지 않고 얻어만 먹는다.


나는 얻어먹는 것보다는 사주는 게 많은 편이다. 선배, 동기, 후배 가리지 않고 더 많이 사려고 노력한다. 후배들은 거의 다 사고, 동기나 선배들에게도 사는 편이다. 물론 아주 돈이 많은 의사직업을 가진 선배에게는 자주 얻어먹는다. 그래도 한 번씩은 비싼 참치회 같은 것을 의사 선배에게 사드린다. 


내가 돈이 많아서 선후배, 동기들에게 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에게 사줄 돈을 미리 따로 모아 놓는다. 이것은 10년 정도 기부를 하면서 얻은 습관이다. 한 달 용돈이 있으면 남에게 살 돈을 따로 남기고, 남은 여분을 나를 위해 쓴다. 


남에게 돈을 많이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여유 있는지 안다. 결코 그렇지 않다. 남에게 살 돈을 미리 덜어놓고 나머지를 소비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배웠다. 빛이 몇 억인 자영업 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항상 후배들을 사준다. 그래서 물어봤다. 

"형은 여유가 그렇게 많아요?"

"아니야. 꼭 돈이 많다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야. 베풀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너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자기의 빚 얘기를 해줬다. 그 말을 듣고 동호회에서 하는 행사에 10만 원을 기부했고, 모교에 200만 원을 기부했다. 기부 한 돈들은 내 용돈을 줄여서 할부로 갚고 있다. 


밥을 단 한 번도 안 사는 사람일수록 본인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나보다 더 많이 사는 친구를 발견했다. 그 친구도 후배, 선배, 동기 가리지 않고 산다. 선배에게는 그렇게 많이 살 필요가 없다고 얘기를 해도, 후배들 사주듯이 선배에게도 술과 밥을 사준다. 문제는 그 친구의 직업을 봐도, 평소 입는 옷이나, 차나, 자전거를 봐도 결코 나보다 잘 사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친구한테 얘기했다. 그만 쏴도 된다고. 넌 충분히 많이 쐈다고. 그래도 그 친구는 톡을 보낸다.


"밥 안 먹었으면 와. 밥 사줄게."

"술 살 테니 시간 되면 와라."


그 친구가 과도하게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 난 과도할 정도는 아니다. 후배들은 거의 다 사주지만, 선배나 동기는 그들이 2번 사주면 난 3~4번 사주는 정도다. 근데 이 친구는 항상 사주는 것 같다. 선배든, 동기든, 후배든....


나도 모르는 부자일까? 하는 의심도 드는데,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 자전거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혹시 인정 중독이나 자존감이 부족한 걸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너무 이타적인 친구다. 사실 난 의식적으로 이타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런 것보다는 의식적으로 남에게 베푼다. 그래야 나에게도 복이 들어온다는 논리로. 그리고 빛이 몇 억 있는 자영업 선배에게 배운 데로. 


그런데 이 친구는 이타적인 것이 습관이 됐든지, 자존감 부족이나 인정 중독이든지, 아니면 정말 숨겨놓은 돈이 많은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얻어먹기만 하는 사람들보다는 이런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선배가 후배를 사주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50~60대 선배들보다는 30~40대 후배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경우가 많다. 50~60대 선배들 중에 보면 직업이 없는 경우도 있고, 어떤 선배는 직장을 그만두고 음식 배달을 하는 경우도 봤다. 그런 선배에게 당연하다는 얻어먹는 후배들을 보면 생각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반대로 돈이 있는데 얻어만 먹는 선배들도 보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 많다고 사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얻어만 먹어도 된다.  


방법은 미리 한 달 용돈에서 10만 원이든 20만 원이든 따로 떼어 놓으면 된다. 이 돈은 지인들 밥 사주고, 술 사줄 돈으로....... 

그리고 남는 돈으로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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