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의 붕괴
시헌은 평온했다. 세상은 그의 생각대로 흘렀고, 그의 진동은 늘 잔잔한 파동을 유지했다.
불행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고, 삶은 온전히 ‘의식의 연습’ 같았다.
그는 더 이상 세상과 싸우지 않았다.
원하는 건 이루어졌고, 잃을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고요한 삶 속에서 그는 지속적인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육체의 피로가 아니라, 존재의 피로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세상.
마음먹은 대로 되는 현실.
그러나 그 안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그는 속삭였다.
“이젠 모든 걸 알 것 같은데, 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까?”
어느 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어둠 속을 헤매는 꿈.
그곳에는 수많은 자신이 있었다.
가난한 시헌, 부유한 시헌, 유명한 시헌, 고독한 시헌.
그들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각자의 현실에서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이건 신이 만든 세상이야.”
그 목소리들이 겹쳐 울릴 때, 시헌은 깨달았다.
자신의 충만한 현실조차 수많은 평행현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그가 이룬 깨달음은 하나의 진동대 안에 갇힌 루프의 일부였다.
그는 숨이 막혔다.
“그럼 신조차 루프 안에 있는 건가?”
그 질문이 생긴 순간, 세상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날부터 현실은 미묘하게 이상해졌다. 시계는 흐르지만, 시간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멀게 들렸고, 빛은 부드럽게 일렁였다.
모든 게 살아 있었지만, 동시에 가짜 같았다.
그는 거울을 보았다.
그 안에 있는 자신이 미묘하게 늦게 움직였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이미 루프의 복제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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