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Aug 04. 2023

사랑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사랑도 아이스크림처럼 먹을 수 있는 거면 좋겠어요.”


 사랑도 아이스크림처럼 먹을 수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히려 들어간 유럽식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여러 가지 맛을 골라 담는 것처럼. 사랑도 원하는 만큼 맛있는 맛으로 골라 담고 싶다.


 내게 있어 사랑은 진열대 너머의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는 초등학생이 된 것 같다.

 색색의 아이스크림을 무슨 맛인지도 모른 체 예쁜 색부터 하나씩 쳐다본다. 그러다 문득 진열대 끝을 보면 언제 먹고 싶었냐는 듯이 다른 가게 구경하러 뛰어간다.

 내게 사랑은 흥미롭지만 또 그렇게 간절한 건 아닌 그냥 진열대 너머의 물건 같았다. 진열대는 나와 확실히 선을 그어 놓은 곳으로 난 아마 누가 퍼주는 사랑만 먹을 줄 알았지, 내가 그곳에 포함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이거까지도 또 어릴 때의 이야기다.

 조금 크고 나서 든 생각은 사랑은 아이스크림과 전혀 다르 다는 거였다. 나는 맛을 고를 수도 없었고, 색을 볼 수도 없었고, 가게의 위치도 찾을 수 없었다. 형체 없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찾아다녀야 한다. 다만 언젠가 문뜩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아이스크림 트럭 소리가 나면 또 동네를 한 바퀴 뛰어다녀야만 하는, 사랑은 그런 거였다. 찾는다고 해서 그 아이스크림 트럭에 내가 원하는 맛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텅 빈 트럭도, 매혹적인 색의 이상한 맛도 있기 마련일 거다.


이 여름을 사랑한 여름 작가의 사랑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살아가는 나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