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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05. 2023

사랑은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2)

“첫사랑은 레몬 소르베”


 내게 첫사랑은 레몬 소르베 같다. 새콤한 향이 나는 스르르 퍼지는 레몬 소르베 맛은 매번 먹어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고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내게 첫사랑은 기억하지 못한 지나간 사랑이었다. 분명 나는 그것이 매우 단 내를 내며 내 눈에 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사랑이 식으면 나는 모든 것을 잊는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 무책임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분명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열정을 다해 좋아했으리라 믿지만 정작 그랬던 거 같지도 않고 기억도 못한다.


 나에게는 언니가 하나 있다. 언니와는 자주 친구, 학교, 생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루는 언니가 나에게 첫사랑이 기억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아마 자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이야기하다가 나온 것 같았다. 아무도 기억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랑을 안 해서 그런 건지 기억을 못 하는 건진 모르겠다. 정작 대화 히다 보면 언니가 기억도 못하냐면서 의외의 친구 이름을 꺼내기도 했다. 놀라웠다. 전혀 그에 대한 기억이 없다. 물론 정신질환이나 기억 상실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 거다. 다만 사람 자체가 원체 무던하고 무관심한 사람이기에 금세 관심 밖을 벗어나면 잊어버리곤 했다. 또한 내게 있어 사랑의 열정은 내 기준에 열정이지 사실은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연유로 첫사랑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만 매번 만남은 설렐 뿐이라 생각한다.

.


P.S.

생각해 보면 좋은 점 같기도 하다.


기억을 못 했기에 나는 매번 새로운 사랑을 하며, 모든 사랑을 첫사랑처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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