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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쓰니 Aug 18. 2023

도전이 망설여질 땐  프리다 칼로처럼

고통도 나를 막을 순 없다

1.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1940                                                2. 부서진 기둥. 1944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


의사를 꿈꾸던 17세의 프리다 칼로는

열차 사고로 치명상을 입는다.

쇄골과 갈비뼈, 척추와 골반이 골절되고

하반신은 마비되었다.

이로 인해 총 35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자궁을 다치는 바람에

세 번의 유산 끝에 임신을 포기했다.


그녀는 자신의 불운에 좌절하고 분노했지만

침대에 이젤을 설치해 누운 채로 그림을 그리며

밝은 미래를 간절히 희망했다.




"세 가지 이유로 나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사고 당시 몸에 흐르던

피를 본 생생한 기억이고,

또 하나는 탄생, 죽음,
그리고 생명을 이끄는 끈에 관한
나름의 생각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엄마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302p


작품 '부서진 기둥'(두 번째 사진)을 보는데

그녀의 고통이 내게 옮겨오는 듯했다.

척추뼈는 조각나 있고 얼굴이며 몸통, 팔까지

못이 잔뜩 박혀 있다. 다치지 않은 부위까지

고통스럽게 표현한 것은 신경통 때문일까.


작년에 허리 디스크로 좌골신경통을 앓았다.

엉덩이부터 무릎까지 저리곤 했었다.

내가 자화상을 그렸다면
못을 다리까지 그렸을 것이다.


온몸이 부서진 그녀의 고통은

허리 디스크에 비할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창작 활동에 매진한 그녀의 행보는

고통에 움츠러들었던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 힘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결심에 이르기까지 망설이던 시간이 있었다.

'몸이 안 좋은데 공부할 수 있을까?'

'집안일과 육아는 어쩌지?'


드라마 <골든 타임> 대사처럼,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없을 것 같았다.

하기로 마음먹은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으로.

못 먹어도 고!


허리가 아파서 앉아있기 힘들면, 일어나서 했다.

책상 위에 선반을 올리고 그 위에 상을 얹었다.
하루 꼬박 열 시간을 넘게 선 채로 공부했다.

버티기 힘든 지경이 되면 누워서도 했다.

침대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녀를 떠올리며.


시험일을 앞두고 정형외과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도 맞고
당일엔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나처럼 이렇게 힘들게 공부한 사람이 또 있을까'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런 내 생각에 화답하듯

목발을 짚고 나오는 응시자가 보였다.
그 뒤로는 만삭의 임산부가

뭉친 배를 쓰다듬으며 나왔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아파도 참고 여기까지 오길 참 잘했다.'


결과는 1, 2차 동차 합격!


2년 넘게 책장을 차지한 수험서를 볼 때마다

빚쟁이처럼 마음이 답답했었다.

합격 후 책을 정리할 때의 후련함이란!!


집안일은 줄이고 육아는 많이 내려놓고

염치 불고하고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나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았지만

잘만 돌아가더라...




육체의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혼을 불태운 프리다 칼로.


그녀의 작품에 담긴 정신은

'강인한 의지'가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가,

그리고 나의 작은 성공담이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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