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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니 Jul 31. 2023

초보 작가의 글쓰기(3)

분량 늘리기

 겨울은 깊어가고 있다. 밤은 길고 꽁꽁 얼어버린 공기는 저녁의 외출을 꺼리게 만든다. 글을 쓰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이때 코로나 19와 와이프의 복직으로 나는 1년간 혼자 중국에 있었다.)


 퇴근 후, 매일 저녁 7시 노트북을 켰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글을 쓰는 습관(루틴)을 만들었다. 글쓰기는 습관이 중요하다. 하루라도 건너뛰면 내면에 숨어 있는 ’ 게으름‘을 깨우게 된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며칠 금연을 하다가 담배 한 모금을 했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흡연량을 경험하게 된다. 게으름의 중독도 흡연과 같다. 루틴을 건너뛸 때의 일탈과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출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공부하고 글 쓰는 과정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루틴을 깨면 글쓰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나는 며칠 째 같은 페이지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MS워드 왼쪽 하단의 단어수는 10,000을 넘기기가 힘들다.

A4 30페이지에서 위기가 왔다. 두 달 동안 써 내려간 단어가 10,000 단어. 출간용 책 1페이지에 들어가는 단어는 보통 180 단어니까, 이제 50페이지를 넘어가고 있었다.

책으로 만들려면 최소 200페이지는 나와야 하는데, 이미 마른 수건을 다 짜낸 느낌이다.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다른 책을 읽고 영감을 얻어야 하는데, 중국에서 한국 책을 구입하기가 쉽지가 않다. 책 한 권 사려면 배송비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 생각해 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글의 흐름과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수천 권을 읽었다면 지금 펜을 들어도 단편 하나는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튼 나는 방향을 잃었다.


내가 글쓰기를 못하는 이유는 아는 게 없어서였다.

“책을 사서 읽자. 한국 책을 못 사니까… 중국어 원서를 사서 읽자.”

사실 두려웠다. 원서를 읽다가 잘 못하면 번역하느라 시간을 훨씬 더 써야 할 수도 있었다.

“방법 없잖아… 내가 아는 게 없는데”

 온라인으로 <중국 노동법> 해설이 되어 있는 얇은 책 2권을 골랐다.

‘한국이었다면, 서점에 달려가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고 방법을 찾았을 텐데…’ 아쉬움이 깊다.


 글쓰기를 제안했던 분께 전화가 왔다.

(나중에 이분 신분을 공개하겠습니다.)

“어때요? 쓸만하세요? 주재기간에 안 쓰면 귀국 후에 다 잊어버려서 쓸 수가 없습니다. “

“네. 진도가 안 나갑니다.”

“분량을 늘려야 합니다. 나중에 빼더라도 분량을 늘리지 못하면 출간이 어려워요.”

속으로 말했다. ‘누가 모르나?‘

“어쨌든 30페이지 쓴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이미 절반은 하신 거예요! “

그분은 나를 이미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는 그 기대에 부흥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부담도 커졌다.


‘그래, 오늘부터 2,000 단어를 채우지 못하면 잠을 줄이겠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되었다.


귀임을 4개월 앞두고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번아웃이 왔고 귀국이 두려웠다. 4년 3개월의 임기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때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부정적 생각의 잠식을 막았다. ‘더 몰아붙이면 덜 두렵겠지.’

음주는 감정을 흔든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 주말을 제외하고 저녁 음주는 하지 않았다. 물론 낮술은 가끔 몇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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